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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전문가를 잘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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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04 21:52:50 수정 : 2014-02-04 21: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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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모 그룹의 회장이다. 그는 A회사를 설립하면서 회사의 운영자금 수천억원에 대해 금융기관에 지급보증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런 경영환경의 변화로 A회사는 설립된 지 4년 만에 부도날 위기에 처했다. 갑은 고민이 됐다. 회사가 부도나면 자신이 그 많은 금액을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도 없이 청산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만 했다. 결국 자신이 최고경영자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다른 계열회사의 자금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계열회사 사장과 그룹 종합기획실은 갑의 지시에 따라 A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신주를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 결과 A회사는 금융기관 부채를 해소할 수 있었다. 문제는 회사가 청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거의 제로임에도 액면가액 5000원에 고가로 사준다는 점이었다. 결국 국세청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하고 수백억원의 법인세 고지서를 받게 됐다. 그러자 A회사는 어느 전문가에게 조세불복을 맡겼으나 1심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자 더 이상 다투는 것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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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회사의 경우도 유사하다. B회사는 그룹 내 어느 계열회사가 운영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려오도록 지급보증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계열회사도 A회사처럼 부도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B회사가 금융기관에 계열회사의 채무를 대신 갚아줘야만 했다. B회사는 그럴 만한 재력이 충분해 회사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설령 B회사가 계열회사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더라도 이를 비용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계열회사가 청산 직전에 있으므로 B회사는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 준 돈을 돌려받기 어려웠다. 그러면 이를 세법상 받을 수 없는 채권으로 보아 대손금으로 처리해 비용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세법은 계열회사 지급보증채무를 대위변제한 경우는 대손금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B회사는 고민 끝에 계열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신주를 인수해주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위 A회사의 경우처럼 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이었지만 형식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유상증자를 한다는 명목을 달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국세청이 아니었다. B회사에게도 가치가 없는 주식을 액면가에 사주는 것은 고가로 매입해주는 것이므로 법인세법상 부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그 차액만큼 B회사의 손금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법인세를 과세했다. 그러자 B회사는 불복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A회사의 조세불복을 맡았던 전문가에게 사건을 위임했다. 그 전문가는 A회사의 불복청구를 했던 논리와 거의 동일하게 청구이유를 적어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미 A회사 사건에서 패소해 더 다투기를 포기했던 논리였다. B회사 회장이나 참모가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회장은 돈을 버는 데는 전문가이지만 세금을 막상 고지 받으면 캄캄한 길을 걷는 초행자와 다름없다. 그래서 제대로 훈련된 전문가를 만나야 하고, 선택은 회장 몫이지만 잘못된 선택의 책임은 회장이 돈으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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