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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가계, 이대론 안된다] ④ 금융약자 구제 대책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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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6 20:18:02 수정 : 2014-01-10 17: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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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MB표 서민금융대책
택시기사인 주모(58)씨는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주씨는 1999년 당시 정부의 자영업지원금을 받아 건축자재 국산화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회사는 경영난에 빠졌고, 주씨는 급기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2012년 8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사전채무조정제도인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시 채무 약 1억4000만원은 매월 92만원씩 10년간 변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씨는 수개월 후 실직하고 말았고 결국 3개월 변제액 납입 후 계속되는 연체로 중도탈락해 재차 빚독촉에 시달려왔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택시기사로 일하는데 월수입은 90만원 남짓하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국민행복기금’

상당수 채무불이행자들은 주씨와 비슷한 처지다. 6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 프로그램)은 2002∼2013년 8월 채무조정 승인자 103만7219명 가운데 30만7883명이 중도에 떨어져나가 25%의 탈락률을 기록했다. 프리워크아웃도 2009∼2013년 8월 기준 확정자 5만4620명 가운데 8774명(16%)이 탈락했다.

수입만 따진다면 주씨는 구제대상자 가운데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약정 체결자 13만5188명의 평균 연소득은 484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월수입으로 환산하면 40만원에 불과하다. 대상자 중 상당수가 중도탈락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중산층 70% 복원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4월 출범시킨 이 기금은 극빈층에게 10년간 추심을 대행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사람에게 원금의 절반을 감액해준다는 말은 나머지는 악착같이 받아내겠다는 심산”이라며 “당초 공약한 20조원의 기금도 조성하지 못해 금융기관이 받아낸 금액을 사후정산 방식으로 배당하는 ‘채권추심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채권추심업체인 신용정보회사가 행복기금 안내 업무를 맡고 있으나 채무자 연락두절 때 채권추심에 준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광철 변호사(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도 “현재의 행복기금은 은행만 배불리는 채무자 쥐어짜기 추심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담당자는 “행복기금을 신청하면 채권자를 괴롭히는 추심이 중단된다”고 밝혔고, 행복기금 관계자는 “신용정보회사는 채무조정의 추가 안내 등에 보조적으로 참여할 뿐이지 채권추심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패로 끝난 MB표 서민금융대책

이명박(MB)정부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며 지난 5년간 10조원을 쏟아부은 서민금융 정책에도 따가운 비판이 쏟아진다. MB정부의 4대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은 도입 초기 대비 3∼5배 이상 늘어났다. 장기연체 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감면해주는 미소금융(2008년 7월 도입) 연체율은 2010년 말 1.6%에서 지난해 11월 말 8.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금리 사채 이자를 제2금융권 수준으로 낮춰주는 바꿔드림론(2008년 12월〃) 역시 같은 기간 연체율이 5.1%에서 15.7%로 크게 올랐다. 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인 햇살론(2010년 7월〃)은 처음 1.7%에 머물렀던 연체율이 지난해 말 9.2%까지 치솟았다. 

참여연대와 금융피해자협회,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채무자의 채무해결과 인권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5년간 정부 세금과 금융기관이 이들 서민금융 제도에 직접 출연한 자금을 모두 합하면 10조2400억원에 달했다. 상품별 지원액은 미소금융 7302억원, 햇살론 2조2889억원(26만명), 희망홀씨 2조6715억원(38만명), 새희망홀씨 3조2407억원, 바꿔드림론 1조3183억원(13만명)이다. MB정부는 서민금융대책의 성과로 채무불이행자가 2008년 227만1479명에서 2012년 124만2944명으로 줄어든 점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통상 채무불이행자 기록이 7년 후 삭제된다면서 2003년 카드대란이 후 대거 발생했던 채무불이행자의 기록이 사라진 데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신규 채무불이행자는 33만7522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36만7808명으로 늘었다.

특별기획취재팀 investigative@segye.com

■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란=우리나라 개인채무자 구제제도는 신복위 등을 통해 운영되는 사적(민간) 제도와 법원의 파산제도 등 공적 구제제도로 나뉜다. 사적 구제제도는 ①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과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② 국민행복기금 등 배드뱅크를 통한 채권집중 프로그램 ③ 은행 등 개별 금융기관의 자체 프로그램이 있다. 공적 제도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에서 운영하는 ① 개인회생과 ② 개인파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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