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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설립한 뒤 민자사업 사들여
MRG 특혜로 적자 나도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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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인프라는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전국 13개 유료도로, 지하철, 항만에 투자한 금액만 1조7000억원 규모. 이를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운용수익만 2057억원. 실패하는 투자가 없다. 호주 투자은행인 맥쿼리그룹의 국내상장펀드인 맥쿼리인프라는 한국거래소(코스피)와 런던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프라펀드다.

맥쿼리 측은 아시아금융위기 이후인 2000년 초반 한국에서 “투자기회를 포착”해 “상당한 정부 수입보장(MRG)을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자산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국내에 진출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SOC 사업에 투자한 지 6년 만에 벌어들인 수익만 7400억원에 달한다. 통상 20∼30년의 장기투자인 SOC 사업에서 단기간에 투자금의 40%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올린 수익의 상당 부분이 민자도로 등의 부족한 통행수익을 정부나 지자체가 보전해줬다는 점이다. 과연 맥쿼리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맥쿼리는 먼저 도로를 운영하기 위한 SPC를 설립한 뒤 은행권에서 연 7∼8% 대출을 얻어 민자사업을 사들인 데서 출발한다. 이 회사는 정부나 지자체와 맺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에 따라 부족한 통행량에 따른 손실을 보전받기 때문에 절대 손해를 볼 리 없다. 이때 맥쿼리 관계사들은 SPC가 발행하는 연 15∼20%짜리 후순위 채권을 사들이고 SPC는 이 돈으로 은행빚을 갚는다. 맥쿼리인프라는 민자사업에서 수익이 나든 적자가 나든 그와 상관없이 고리의 돈놀이로 SPC에서 돈을 빼간다. 여기에서 민자사업에 보전한 세금이 맥쿼리인프라를 통해 해외로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난다.

맥쿼리인프라는 이에 대해 주요 주주 대부분이 국내 투자자이며 실제 호주 맥쿼리그룹의 지분은 3.8%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2일 기준 한국맥쿼리의 대표주주는 한화생명(12.16%)이고 주요 주주도 신한은행(7.23%), 뉴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6.12%·영국계), 교보생명(6.08%), 공무원연금공단(5.3%) 등 국내 대형 투자사들이 대부분이다. 전체 주주 가운데 외국인 지분은 20.8%에 불과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맥쿼리인프라의 재무제표 등을 분석해보면 맥쿼리그룹(맥쿼리자산운용)이 매년 운용수수료 명목으로 200억원 이상을 챙겨간다. 지난해까지 이렇게 해서 거둔 수익만 1569억원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성과보수로 챙긴 446억원과 배당금 282억원까지 포함하면 본사의 수익은 모두 2297억원에 이른다.

‘맥쿼리의 빨대는 누가 뽑을 수 있을까’의 저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맥쿼리의 마법 같은 투자는 국제 투기자본과 정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며 “앞으로도 제2, 제3의 맥쿼리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팀장)·나기천 김예진·조병욱 기자 investigati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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