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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 “평가 낙제점 받아도 정권서 선호하는 사업 다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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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02 06:00:00 수정 : 2013-10-07 15: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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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매년 존치 여부 판정 심사 “평가 나쁘면 이해단체 항의·로비”
정부 예산 수년간 독식 단체 허다… 기득권 세력 ‘밥그릇’으로 전락해
부처 ‘칸막이’에 유사·중복사업도
‘철밥통’ ‘눈먼 돈’으로 불리는 국고보조사업의 실상은 과장이 아니었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고보조사업운용평가단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국고보조사업의 존치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를 벌여왔다. 35명의 민간전문가로 짜인 평가단은 매년 300개안팎의 보조사업을 평가해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물론 기재부는 아직까지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평가단장을 뺀 위원명단도 함구하고 있다.

한 평가위원은 “일단 평가서가 나오면 두 차례 관련 이해단체에 회람시킨다”면서 “이후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20∼30명이 몰려와 항의하거나 로비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가 아무리 분석한들 최종결정은 정치인이 한다”“평가가 나빠도 정권에서 선호하는 건 다 살아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상당수 국고보조사업이 이미 기득권 세력의 ‘밥그릇’으로 전락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국고보조는 독식이 대세

평가 대상 가운데 경쟁이나 공모 절차 없이 정부사업 예산을 수년간 독식해온 단체가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민족문화진흥’사업은 사단법인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와 민족생활문화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 민족문화기반 구축 운영사업 등에 2011년 20억, 2012년 15억원이 지급됐다. 보고서는 청소년 학부모 등 대상 인성교육 사업의 시행주체를 선정하는 방법이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 아니라 특정 단체를 임의로 선정했다면서 사업 폐지를 권고했다. 체육계 사업은 줄줄이 문제 투성이었다.
문체부가 생활체육국제교류 지원사업비 명목으로 각 시도체육회에 9억3200만원을 준 돈도 단체 운영비를 제외하고 폐지하라고 결정됐다. 이 사업은 법적 근거, 국가적 필요성 등 평가 8개 항목 중 7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 여가 레크레이션 협회, 한국 여성 스포츠회, 한국 체육인회, 대한플로어볼 협회는 매년 선정된 것도 모자라 한해 두 사업 이상 에서 중복지원 받은 단체들인데 보고서는 '소규모 비영리 생활 체육단체로 여겨 지지 않는다. 선정 기준이 의문이다.' 라고 평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식물자원산업화지원도 “특정 개인과 지역이 수혜를 본다”는 지적과 함께 법적 근거 등 5개 항목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안전행정부는 성숙한 자유민주가치를 함양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자유총연맹에 13억원을 지급해 논란을 빚었다. 보고서는 연맹 간부가 횡령혐의로 경찰에 지난 4월 입건됐다며 민간단체 공모방식으로 사업추진을 전환하고 예산액도 점차 감축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꼬집었다. 

◆우후죽순 중복·유사사업들

여러 부처에서 비슷한 사업을 중복편성하는 문제도 심각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돌봄서비스 ▲글로벌 헬스케어 활성화 ▲농어촌 보건소 등 이전 신축 ▲심뇌혈관질환 예방 관리 ▲성병 및 에이즈관리-에이즈 및 성병 예방 ▲국가결핵 예방 ▲질병관리조사지원 ▲감염병 예방 ▲지역거점 진단 인프라 구축 ▲노인일자리 지원 ▲방과후 돌봄서비스 ▲지방보육정보센터운영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이 부내, 다른 부처 사업과 유사해 사업내용을 바꾸라는 지적을 받았다.

문체부도 사정이 비슷했다.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전통사찰보존지원)사업비 501억500만원은 실제 연등축제 비용이었고, 이는 종교문화유산보존사업과 중복됐다. 같은 부의 한국음식 관광산업화 사업은 예산절감이 필요하고 유사·중복사업과 통폐합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밖에 산업통상자원부의 58억원짜리 섬유패션기술력 향상 사업은 특정 중소기업에 일반 지원과 섬유패션기술력 향상 국고보조가 중복 지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성가족부의 위기가족 역량강화 지원 사업은 고용노동부, 복지부의 대상 사업자(한부모 가족)와 중복됐다. 안행부의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도 중복 문제 때문에 2011년 국무총리실의 조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평가위원은 “정부가 연간 평가대상 사업을 선정하는 상황에서 전체 유사·중복사업들을 가려내기가 어려웠다”면서 “유형별 평가작업이 진행될 경우 촘촘한 칸막이 형태의 국고보조사업 실상을 더욱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감독은 ‘나 몰라라’

부실한 관리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사업수행의 관리감독과 통제수단구비’에 관해 부정 평가를 받은 사업이 168개(18.7%)나 쏟아졌다. 10개 중 2개꼴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부처별로는 문체부가 33개로 가장 많았고, 교육부 27개, 복지부·환경부 각각 13개였다.

대표적으로는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발굴·포상 사업이 관리·감독 부실 평가를 받았다. 또 복지부 사업 중에 기후변화 대응역량 강화, 금연 홍보, 아동안전 지킴이 사업 등이 “민간에서 공공 사업으로 바꾸라”, “지원대상과 선정 방식을 바꾸라”는 등의 지적을 받았다.

문체부의 한국형 생태 녹색관광 육성 사업은 민간이 해야 할 컨설팅 예산을 국비로 지원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해양수산부의 선박안전기술공단 지원 사업 역시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성가족부의 여성장애인 사회참여확대지원 사업은 사업비보다 인건비가 많았다. 또 산림청의 백두대간 보호 사업은 사업 목적과 그 수행 내용이 달랐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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