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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정책, 문제는 돈이다

입력 : 2013-02-28 20:37:17 수정 : 2013-02-28 20: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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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늘리는 국채보다 증세가 바람직
부담과 수혜 균형 이뤄야 공정복지
지난 대선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복지였다. 한쪽에서는 복지로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주장했다. 모든 복지를 다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며,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끝내 증세 없는 복지확대 측이 대선에서 승리했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자 한쪽에서는 복지공약 후퇴라고 반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복지공약을 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는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복지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확대, 국민행복연금 도입,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적용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한다. 이러한 공약이행을 위해 필요한 추가 자금이 135조원이라고 하면서도 재원마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지공약 이행 비용마련은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축소로만 해소되기 어렵다.

박근혜정부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겠다면 그 방안은 국채 발행 아니면 증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국채 발행을 통해 복지지출을 늘릴 때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떠안기는 데다 재정건전성을 크게 해치기에 증세가 옳은 방안이다. 빚을 내 복지를 확충하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면서 복지를 확충하면 경제위기로 연결돼 보호하고자 했던 저소득층의 복리를 결과적으로 더 나쁘게 만드는 결과가 자주 관찰된다. 실제로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국채 수준은 19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급속히 증가했는데, 이는 복지 지출의 지나친 증가에 기인하는 바가 컸다. 또 복지재정이 증가하고 국채발행을 통해 재정건전성이 약화된 남유럽 국가에서 2000년대 말 끝내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우리나라의 담세율은 25%로 선진국의 37%보다 낮고, 복지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로 선진국의 28%에 비해 훨씬 낮다. 따라서 복지를 늘릴 필요도 있고 증세 여지도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은 약 50%에 달해 지하경제 규모가 엄청나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국세 중 소득 역진적인 간접세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는 OECD의 평균 20%를 크게 상회한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담세율이 높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면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여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고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누진적인 개인소득세가 보다 직접적으로 납세자의 지불능력과 연계되므로 형평성을 제고해 개인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정한 복지란 부담과 복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부담은 적으면서 복지가 급증해 부조화된다면 복지포퓰리즘이 될 수 있고 현세대는 복지의 열매를 즐길 수 있지만 후세대는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포퓰리즘이 아닌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전면적 세제 개혁과 증세를 진행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 전에는 빚잔치를 하지 않도록 확보 재원이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파악한 후 그 범위 내에서 복지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복지가 충실히 확대되면 증세에 대한 국민체감도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국민행복과 신뢰를 위해서는 증세가 없다는 약속보다 복지가 확대된다는 약속이 더 지켜지기를 바란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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