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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동북아재단’ 어느나라 기관인가

입력 : 2012-09-21 19:44:28 수정 : 2012-09-21 19: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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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개념이 모호하던 시대 조선인과 청국인이 무시로 왕래하던 만주는 사실상 버려진 땅이었다. 영·정조 때 와서야 조선과 청이 소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던 곳이다. 이는 역으로 조선과 청이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온전히 주장할 수 없는 근거인데, 이에 관한 기록은 무수히 많다. 그래서 만주의 소유권 문제는 숙제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현재 실효 지배한다고 해서 할 말을 못하거나 주눅 들 필요는 없다.

6월 경기도교육청이 펴낸 중고교용 자료집에 따르면 만주가 조선 땅이었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또한 이를 ‘사실 왜곡’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만주는 고구려 때 분명히 한민족의 터전이었고, 조선조에도 수많은 조선 민중이 간도 지역으로 건너가 살았다. 조선과 청 사이에 만주지역 영토 개념이 불분명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청국도 조선인 거주를 공식화하고 묵인했던 청 말엽의 공문서가 다수 발견됐다. 만주가 조선 땅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청국 영토였다고 확정할 근거도 없다.

이에 관한 각종 서적이 국내외에서 수백종 출간됐다. 저마다 사실적인 근거와 논리가 있는 서적들이다.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토대로 우리의 논리를 밝히고 만주 영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다. 이런 점에서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이 경기도교육청의 자료집이 ‘사실왜곡’이니 ‘민감한 내용이 들어있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재단 측은 특히 국내 사학계의 일반 인식을 뛰어넘는 서술이 곳곳에 담겨 있다고 했다. 일반적인 고대사 인식의 기준은 뭔가. 우리 고대 사학은 대부분 광복 직후 일제 교육을 받은 친일사학자들이 만든 교재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동북아재단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터이다.

한민족 고대 역사는 자료 빈약으로 인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무수히 많다. 고대 역사 기록이 일제 40년간 철저히 파괴되고 각색됐기 때문이다. 고대사의 사실관계를 놓고 한·중 학계에서 논란을 빚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대체 동북아역사재단의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 만주가 한민족의 터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한 근거가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모두 사실왜곡이고 황당무계한 것인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어느 나라 재단입니까.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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