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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재벌회장들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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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23 22:28:38 수정 : 2012-08-23 22: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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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개인사 … 부의 세습이 원죄
견제 없는 절대권력으로 황제경영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추적자’에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살인교사도 마다하지 않는 냉혈한 강동윤(김상중 분)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5년짜리 대통령이 아니다. 바로 평생 일인자로 남을 수 있는 재벌기업 한오그룹의 오너 자리다. 강동윤의 대척점에는 그의 장인 한오그룹 서동환 회장(박근형 분)이 서 있다. 서 회장은 사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전화 한 통으로 검찰, 법원, 정당 대표를 움직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최현태 산업부 차장
물론 이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허구다. 그러나 한국 재벌이 ‘정경유착’의 어두운 과거를 지녔다는 점에서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특히 드라마 속 부의 세습은 현재 한국 재벌의 실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한국의 재벌 회장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최근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1981년 회장 취임 이후 세 차례나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예가 있다.

재벌 총수들의 불행은 부의 세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박용오 두산그룹 전 회장은 2009년 동생들과의 경영권 다툼 끝에 그룹에서 밀려난 뒤 운영하던 성지건설의 경영난 등이 겹치면서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고 정주영 회장의 5남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도 2003년 8월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55세의 나이에 죽음을 택했다. 정몽헌 회장은 형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왕자의 난’ 끝에 그룹 공식 후계자로 인정받았던 터라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이들은 부의 세습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재벌 회장들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3년 1조5000억원대의 SK글로벌 분식회계로 구속됐다. 최 회장은 또 900억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선물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된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2008년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로 발행하게 한 사건은 2009년 유죄가 선고됐다. 역시 부의 세습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2001년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300억원대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회사에 27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벌 회장들은 왜 이처럼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재벌 회장들은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사회는 ‘장식’에 불과해 회장이 회사를 멋대로 경영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도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 재산과 회사 재산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불투명한 경영도 횡령과 배임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기업이 상장돼 시장에 공개됐음에도 여전히 회사를 자기 소유물로만 보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드라마 추적자에서 서 회장은 경상도 사투리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는 가만히 있어도 한오그룹의 회장이 될 기다. 동윤이 점마가 아등바등 기어 와 대통령이 되고 뭐가 돼도 니 발꿈치에는 못 따라 오는 기다.” 서 회장 같은 재벌 회장이 있는 한 한국 재벌 회장들의 수난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최현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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