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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화, 이미지 매개 인간·자연 합일 추구”

입력 : 2012-02-01 17:47:52 수정 : 2012-02-01 17: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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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정재서 교수 ‘중국 신화의 세계’ 발간
신화는 집단 무의식의 반영이다. 신화는 삶이나 죽음을 비롯한 근원적인 갈등을 매개하고 조정했다. 이 과정을 통해 집단의 구성원에게 일체감을 심어줬다. 이는 신화가 갖는 보편성이다. 가히 사람이 있는 곳에 신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많이 알려진 신화 혹은 좀 더 인용되는 신화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 인류를 민족별 혹은 지역별로 등급을 둘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역사 이래 지속된 합리화와 기술화의 길은 신화의 인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필두로 한 서양의 이야기들이 신화의 잣대가 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 신화를 비롯해 동양의 신화를 연구한 학자들이 안타까워하는 지점도 이 대목이다. 정재서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중국 신화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이번에 ‘중국 신화의 세계’(돌베개)를 내놓았다. 대중 독자를 위해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 세 핵심어로 중국 신화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한국연구재단에서 해마다 펼치는 ‘석학인문강좌’ 시리즈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연구실에 밤늦게까지 머물던 정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동양 신화에 대한 안목을 높일 것을 강조한 그가 이번 신간의 의미를 들려줬다. 정 교수는 “세계와 호흡하는 시대에 우리 정신 문화의 원형에 영향을 미친 신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동양 신화, 특히 중국 신화에 대한 관심은 결국은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화적 상상력의 편식을 우려했다.

“특정한 지역의 신화는 특정한 지역 문화의 뿌리이지요. 하지만 상상 세계를 특정한 지역의 신화로만 채워서는 안 됩니다. 특정한 문화에 동화돼 그 문화에 대한 주체적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성 세대보다는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안 좋은 일이지요. 어느 일방의 신화에만 매몰되면 상상력도 편식이 되는 법입니다. 더구나 갈등과 대결보다는 조화와 일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양 신화는 개인의 온전한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중국 신화는 고대 한반도의 고고 자료들에서도 확인된다. 봉래산을 새긴 백제금동대향로에는 중국 남방 신화의 영향이 묻어난다.
상상력·이미지·스토리를 핵심어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상상력 부문. 중국 신화의 상상세계는 창조·영웅·자연 신화로 구분할 수 있다. 혼돈 속에서 태어난 거인 반고가 죽은 뒤 세상 만물이 창조됐다는 것은 창조신화의 핵심이다. 영웅신화로는 명궁 예가 열 개의 해를 쏘고 괴물을 물리친 이야기를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태양신 희화가 열 개의 해를 낳고, 달의 신인 상희가 열두 개의 달을 낳았다는 신화는 천인합일의 생태적 사고에 기반한 자연신화다.

정 교수는 “산해경 등 동양의 신화이미지를 살펴보면 신에서 인간으로, 모권제에서 가부장제로, 다원주의에서 중심주의로 이미지가 변하기도 한다”면서도 “중국 신화는 이미지를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서왕모 신화는 중국 신화의 이미지가 불변의 원형이면서 동시에 변화하는 실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신화는 오랫동안 전기와 백화소설 등 동양의 여러 소설의 원형으로 구실했다.

중국 신화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정 교수가 방점을 찍었다.

“근대 이후 성립된 배타적인 민족이나 국경의 개념으로 신화를 바라보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본래 신화의 영역이 담당했던 동아시아 상상력이나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혜적인 관점이 필요하지요. 한국이나 중국이나 모두요. 그런 점에서 학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지요.”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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