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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누린다고? 팔짱 끼고 외치는 정부, 눈높이부터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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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20 20:33:56 수정 : 2011-06-20 20: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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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체육활동 주먹구구 조사… 공공시설 이용 아예 꿈도 못꿔
전용시설도 일반인들 독차지… 전문 지도자 법제화 지지부진
’함께 누리는 체육활동’. 2008년 말 정부가 정한 장애인체육 정책 방향이다. 그간 엘리트 체육에만 집중한 정책에 대한 반성이었다. 정부는 모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 중심으로 통합정책을 펴기로 했다. 이후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과 클럽 수도 늘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수치상 결과일 뿐이다. 공공체육시설은 여전히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성역’이다. 장애인전용 시설마저 편의시설, 프로그램, 인력 등 문제로 장애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체육시설은 ‘그림의 떡’

2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공공체육시설은 서울 2582개 등 전국적으로 1만5170곳에 이른다. 체육관과 육상경기장, 축구장, 야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취재팀이 서울시내 생활체육관 82개 가운데 20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용자 중 장애인 비율은 평균 3.47%에 그쳤다. 장애인전용 프로그램을 두지 않은 기관은 20곳 중 12곳이었다. 프로그램을 뒀더라도 형식적으로 1∼3개뿐이라서 장애인이 이용할 만한 게 없었다.

20곳 가운데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된 기관은 강북구의 강북웰빙체육센터로 나타났다. 지난해 64만4252명의 이용자 중에 5만9038명(9.16%)이 장애인이었다. 이곳의 150개 프로그램 중에 장애인을 위한 것은 청소년 농구 등 3개였다.

지난해 시민 19만8467명(장애인 1만2132명, 6.11%)이 이용한 용산구 효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42개 프로그램 중에 장애인 전용이 하나도 없었다. 비장애인과 거의 다름없이 운동할 수 있는 경증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했다는 뜻이다.

장애인 이용자 비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곳도 있었다. 성북구의 성북구민체육관(장애인 이용자 비율 0.06%)·해오름피트니스센터(〃 0.07%)·성북종합레포츠타운(〃 0.51%)·개운산스포츠센터(〃 0.47%), 종로구의 올림픽기념국민체육관(〃 0.59%),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용산청소년수련관(〃 0.59%)이 그곳이다.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서울시내 6곳의 장애인 이용률은 2008년 31%, 2009년 33%, 2010년 36%로 조금씩 높아졌으나 ‘장애인전용’이라고 하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장애인 이용자 비율이 높은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은 시각장애인축구장(63%), 서울곰두리체육센터(42%), 기쁜우리체육센터(34%), 서부재활체육센터(32%), 삼육재활체육관(30%) 순이었다.

특히 이 시설들은 비장애인 회원을 받아들여 운영경비를 충당하다 보니 비장애인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을 훨씬 많이 두고 있다. 곰두리는 144개 중 51개, 기쁜우리는 39개 중 16개, 삼육재활은 38개 중 12개가 장애인전용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4월 서울 송파구체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우리동네보치아대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활동보조인이 함께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하고 있다. 보치아는 손의 힘이 부족한 장애인을 위한 운동으로, 하얀색 표적구에 가깝게 공을 던진 팀이 이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 장애인체육 활성화 의지 있나


현 정부의 장애인 정책 추진 상황은 수치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인 숫자 맞추기’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장애인 정책을 세우는 데 기본이 되는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부터 논란거리다. 이 수치는 2006년 4.4%에서 2010년 8.3%로 꾸준히 늘었다. 정부는 내년에는 이 비율을 10%대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한국국제대 박병도 교수는 “조사과정을 들여다보면 신뢰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일반체육은 16개 시도와 남녀 성별을 감안해 32개 집단으로 나눈 다음에, 집단별로 약 300명씩 총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참여율을 조사한다. 장애인체육 집단의 참여율을 파악하려면 이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장애유형 15개에 4∼6개 장애등급을 감안하면 최소 1920개 집단이 나온다. 집단별 설문인원을 일반체육의 5%(15명)로만 잡더라도 최소 2만8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야 의미 있는 통계치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애인 1500명을 상대로 전화 조사해서 이용률을 산정하고 있다.

용인대 최승권 체육과학대학장은 “지금까지 참여율 수치는 모두 허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장애인체육 활성화 대책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공공체육시설의 장애인 이용환경 개선’과 ‘장애인 체육지도자 자격제도 도입 및 양성’이 대표적이다. 전국 876개 공공체육시설 중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 곳의 비율은 54%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 체육지도자 자격을 법제화하기 위해 정부가 2009년 9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까지 43개 특수학교의 운동부 창단을 지원한다는 과제는 정부 내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김권일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 정책은 생활체육에 참여 중이거나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기능이 있는 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대상이 전체 장애인의 10∼20%에 그치고 있다”며 “장애인 정책과 사업을 대다수 장애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 팀장, 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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