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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④예비군 훈련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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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09 14:52:15 수정 : 2011-06-09 14: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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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포사격 “와”… 6·25때 쓰던 카빈 “헉”
땀에 젖은 예비역 병사의 목덜미가 6월 땡볕에 번들거렸다. 턱 끝에 매달린 땀방울이 그가 든 구리빛 포탄 위에 떨어졌다. 지난해 포병으로 전역한 이 병사의 근육은 현역 시절 기억 그대로 포탄을 105㎜ 곡사포에 능숙하게 장전했다.

“하나포 포탄 장전 완료!”

“준비!”

“쏴!”

“쾅!” 하는 포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포탄은 “쉬이익∼” 소리를 내며 하늘을 길게 갈랐다.

“포구 이상무!”

이어 상황실 무전기 건너 울려퍼지는 소리.

“명중했습니다!”

낮기온이 28도를 오르내리던 2일 오후 2시 경기 연천군 60진지 훈련장에서 예비군 포사격 훈련이 벌어졌다. 훈련에 참가한 250명 중 예비군이 170명이었다. 누가 현역이고 누가 예비역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가슴과 철모의 이름표를 눈여겨봐야 했다. 예비군들은 현역과 한 조를 이뤄 사수, 부사수, 포수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5.6㎞ 떨어진 표적지역에 지뢰살포탄(FASCAM)을 명중시켰다. 훈련 시나리오상 남하하던 적 기계화부대와 보병부대를 성공적으로 저지했다.

한탄강 강변의 또 다른 예비군 훈련장. 최첨단 마일즈(MILES·다중통합레이저교전체제) 장비를 착용한 병력 400명이 일전을 준비했다. 현역 250여명이 저항군을 맡고 예비군 310여명이 강둑 진지를 방어했다. 강변 풀숲에서 시커멓게 저항군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교전이 시작됐다. 총에 맞았음을 알리는 마일즈 경보음이 곳곳에서 ‘삐∼’ 하고 터졌다. 이번 교전에선 예비군이 일시 후퇴했다. 전열을 정비한 예비군과 저항군의 공방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2일 경기도 연천군 일대에서 실시된 73사단 ‘쌍용훈련’에 참가한 한 예비군이 포사격을 위해 조준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천=송원영 기자
예비군 훈련이 변했다. 훈련 강도가 높아지고 예비역의 자세는 진지해졌다. 1∼3일 경기 연천, 전곡 일대에서 벌어진 73사단 ‘쌍용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현역 1000여명, 예비역 2000여명이 참가한 국내 최대 동원훈련이다. 전차와 장갑차, 화포, 항공전력 등 화력과 기동전력이 망라됐다. 예비군 최초로 주야 연속 철야 훈련과 야간 포탄 실사격이 이어졌다. 훈련 강도에 참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예비군 1년차 김민(24·취업준비생)씨는 “203 특공여단 출신인데 현역 때 못지않은 훈련이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현역병 한 명은 예비역과의 공방전 와중에 탈진해 들것에 실려갔다.

예비군은 국가총력전 체제인 현대전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예비군 전력은 300만명에 달한다. 국방부는 예비군 전력을 정예화하기 위해 훈련을 체계화하고 강화하는 노력을 해왔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식 훈련장을 도입하고 훈련 성적이 우수한 예비군을 조기 퇴근시키는 당근도 내놓았다.

예비군 훈련 강화의 계기는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었다. 이날 포격 훈련을 이끈 양병회 6포병여단장(준장)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국민의 대적관이 변한 것 같다. 예비군 훈련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군도 현실감 있는 훈련으로 방침을 바꿨고 예비군에게 단호하게 시행한다”고 말했다. 전국 예비군 훈련이 모두 이렇게 내실 있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강도는 높아졌다지만 시간때우기식으로 참여하는 예비군도 아직 적지 않다. 예비군 무장 태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예비군이 사용하는 소총의 절반은 반세기 전에 쓰던 카빈이다. 철모도 55%만 공급됐다. 군 관계자는 “당장 전쟁이 터지면 예비군 태반은 철모 없이, 현역 시절 만져보지도 못한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비군은 그들대로 불만이 있다. 아무리 국방 의무라지만 생업을 제쳐놓고 훈련하는 데 보상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예비군은 평균 2만∼3만원의 비용을 들여 훈련에 참가한다. 보상은 교통비 약 4000원과 식비 5000원을 합쳐 1만원 안팎이다. 자영업자는 손해가 더 크다. 독일과 이스라엘이 예비군 소집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전액 보상하고, 스위스가 봉급의 20%를, 미국이 현역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예비군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예비군이 현역 보조 역할을 한다고 여기는 것은 문제”라면서 “현대 장기전에서는 후방 예비군의 임무가 특히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아 예비군 훈련과 처우 개선이 겉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군 안팎의 여론을 수렴해 예비군 전력을 상비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6대 중점과제를 추진 중이다. 전시에 돌입하는 충무2종 사태 이후 총동원령을 선포하도록 된 현행 제도를 개선해 7월부터 국지전이나 국가비상사태 초기인 충무3종 때도 부분동원하도록 했다. 2015년까지 예비군부대에 완전군장과 방독면 등 전투장구류를 100% 확보하는 한편 예비군 저격수 3만명 양성에 돌입했다. 동원훈련 장소를 현재 주소지에서 현역 복무 부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성과 위주의 실전적 예비군 훈련과 예비전력 관리 기구 편성 보완도 추진 중이다.

군 일각에서는 예비군을 국민과의 가교로 보고 제도 쇄신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준용 73사단장(준장)은 “예비군은 군의 대국민 접점”이라면 “우리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국민에게 군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전곡=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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