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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양복, 블라우스, 빵 등은 어느덧 우리 주변에 흔해 빠진 것이 됐다. 시골 논바닥을 갈아엎고 그 한가운데 우뚝 솟은 아파트를 비판해 봐야 소용이 없다. 양복에 와이셔츠, 넥타이 차림은 깔끔하고 신사다운 남성 복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복은 그저 명절 때나 입는 의례적인 옷으로 퇴락해 버렸다. ‘생활한복’으로 다시 태어나고는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정통 한식당도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대통령 부인이 ‘한식 세계화’를 부르짖고는 있지만 호응이 둔감하다. 김치 된장 고추장 등 발효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한복, 한식, 한옥의 퇴조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명분과 실용 양 측면에서 서구의 것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우리 것이 세계의 것’이란 주장이 공허해진다. 퇴조의 흐름이 너무 빨라 두렵기까지 하다.

지난 12일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 차림으로 서울 신라호텔 뷔페 식당에 들어가려다 저지당한 사건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뷔페 식당의 특성상 부피감이 큰 한복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본인 스스로 옷자락을 밟히는 등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호텔 측의 해명이 일견 이해도 되지만 실용성·상업성 측면만 강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문화는 그런 가변적인 세태 속에서 흔들린다. 계승 발전은 뒷전이다. 만약 ‘구트라’를 쓴 사우디 왕족이나 ‘차도르’를 두른 이란 여성들이 뷔페를 찾았다면 어떻게 대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단청을 칠하고 기와를 얹은 한옥이다. 본관의 콘크리트 빌딩과 한옥이 잘 어우러져 외국인들의 찬사를 받는 건축물이다. 호텔 측이 그 이름 ‘신라’에서 보듯 한국 전통을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단지 뷔페 식당에서 벌어진 ‘한복 퇴출’은 경솔했다. 네티즌이 흥분하고 국회가 시끌벅적할 만도 하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이 그랬으니 흥분지수가 더 높을 것이다.

문화의 융합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한옥에서 중국인이 양복 차림으로 스파게티를 먹고, 아오자이 차림의 베트남 여성이 한식당에서 자장면을 먹는다면? 그건 아름다운 광경이지 혐오나 불편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뷔페와 한복’,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는 카메라에 담을 구경거리가 아닐까. 속좁은 배타보다는 너그러운 융합이 그리워진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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