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억나지 않음과 잊혀지지 않음의 사이에 존재하는 어렴풋한 수많은 층위의 꿈들을 아침마다 기억나는 대로 노트에 담는다. “그 기록들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흥미롭고 신기해서 자꾸 다른 방식으로 그것들을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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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erfect bookcase’ |
“저는 2007년부터 꿈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꿈을 온몸으로 붙들고 그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경이로운 경험입니다. 그것은 읽을 때마다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고,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읽기’라기보다 ‘다시 꿈꾸기’에 가깝지요.”
그는 여기서 의식(consciousness 혹은 ceremony)적 꿈꾸기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는 책을 쓰고 읽듯이 꿈을 읽는 행위로 형상화시키는 데 주력한다.
작가의 이러한 꿈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은 작품의 젖줄이 되고 있다. 최소한의 의식에 의해 기록된 글자와 그림, 또 그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글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한 몸부림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작품이 된다. 다양하게 표현되었지만 주로 기록된 ‘글자’에서 파생된 작업들은 필연적으로 ‘읽기’의 대상이 되고, 그렇게 생겨난 읽는 방식, 읽는 환경들은 관람객을 ‘독자’로 맞게 된다. 구체적이고 의식적으로 만나는 무의식의 세계, 온전한 자신만의 기억 속에서 자꾸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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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그 나름의 규칙으로 조용히 정렬된 무의식의 책장, 그 앞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중 한 권의 책을 뽑아들게 하는 힘, 차곡차곡 친절히 저장된 무의식의 상자 속을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국동완 작품의 미덕이다.
“꿈 읽기는 다양한 설치 방법으로 저를 이끌고, 이해되지 않아도 바라보게 만드는 축적된 기록들은 글자와 그림, 그 사이 어디쯤의 존재로, 고스란히 작업의 재료가 되어 조각, 드로잉, 영상 등의 여러 출구를 통해 집요하게 출몰합니다.”
그에게 왕성한 ‘작품 출산’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내던지는 자세가 신뢰감을 준다. 15일∼2월6일 갤러리팩토리 유망작가 선정전. (02)733-4883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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