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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한 할머니들 ‘안타까운 참사’

입력 : 2010-11-13 00:20:24 수정 : 2010-11-13 0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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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노인요양원 화재… 10명 사망·17명 부상
분전반서 스파크… 소방점검 날림·안전시설 미비
신고 늦어져 화 키워… 보상한도 적어 진통 예상
12일 새벽 노인요양원을 덮친 화마에 중증 치매·중풍 노인 27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요양원에는 화재경보기 등 기본적인 화재 대응장비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증 노인 수용시설에 대한 소방안전시설 설치 기준과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벽 전기 스파크로 화재

이날 오전 4시1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불이 나 권봉순(95·여)씨 등 노인 10명이 숨지고 김위천(91·여)씨 등 17명이 다쳤다. 불은 전체 2층 건물 387㎡ 중 1층 사무실 16.5㎡를 태우고 30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난 곳은 27명이 요양 중인 여성 전용 2층 건물로, 1층에 사무실과 3개의 방이, 2층에 5개의 방이 있는 구조다. 사망자들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1층 사무실 맞은편 수용자들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층 사무실 분전반 주변의 전기 스파크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경북도는 최관섭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수습대책지원본부를 구성해 수습에 나섰다.

치료받는 부상자들 12일 오전 발생한 경북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로 다친 노인들이 세명기독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거동 불편 노인 많아 희생 커


30분 만에 17명이 참사를 당한 건 불이 새벽에 난 데다가 입원환자 대부분이 치매 또는 중풍으로 거동하기 불편한 이들이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짙은 연기에 질식해 숨진 이들이 많았다.

또 화재 당시 1, 2층에 근무자가 1명씩 있었으나 초기대응이 미숙했다. 최초 화재 발견 후 두 단계를 거쳐 119에 신고하는 등 지체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야간안전관리인 최모(63·여)씨는 화재 발견 직후 건물 밖으로 나가 옆 건물인 포스코기술연구소 경비실로 가서 화재신고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연구소 경비원이 포스코 자위 소방서에 신고한 건 오전 4시15분. 이후 포항남부소방서에 신고된 시각이 9분 뒤인 오전 4시24분이었다. 발견 이후 두 단계를 거치면서 접수가 늦어졌다.

◆화재 대응 기본장비조차 없어

요양원에는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화재 대응 장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법상 자동화재탐지기 등 시설을 갖춰야 하는 연면적 600㎡보다 규모가 작은 탓이다.

특히 이 요양원은 지난해 10월 포항남부소방서의 소방실태 특별점검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상이 전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시도 연간 2회 정기적으로 지도점검을 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앞으로 중증 노인 환자를 수용하는 시설에 대해 규모에 관계없이 소방안전시설 설치 기준과 점검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요양원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결과에서 5개 등급 중 평균인 C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한도 적어 보상 진통 예상

인덕노인요양센터는 대인·대물 배상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상한도가 적어 보상절차에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포항시 사고대책반 등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은 보상한도가 사고당 1억원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있다. 총 1억원으로 사망자 유족 보상금과 치료비 등을 배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험사 측은 설명했다.

입원환자 보상과는 별도로 건물 자체에 대해선 보상한도가 4억원(건물, 집기류 포함)인 보험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요양시설 운영자와 유족 대표단 등이 별도의 보상금 협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문종규 기자

◇사망자(10명 모두 여자)

▲포항세명기독병원=김분란(84) 양정석(87) 장후불(73) 정귀덕(78) ▲포항의료원=김희순(71) 정매기(76) 권봉순(95) ▲포항S병원=김복선(83) 김송죽(90) 형순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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