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소재로 강한 화면 주목
예술과 일상의 접목 다양한 시도도
미술관이나 화랑들이 젊은 작가 공모전에 그의 이름을 단골로 올리고 있다. 그만큼 미술계가 그를 영파워로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뚜렷한 자기 생각과 거침 없는 표현은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꿈이 뭔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붓을 들었던 그는 고교시절부터 천부적이란 소리를 들었다. 단 하루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루는 노력파이기도 한 김지희(26) 작가. 사실 그가 동양화를 전공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동양화의 정신성에 반했다는 그는 대학시절 모두가 그랬듯 한국화의 현대적 모색을 고민했다. 주된 화두는 인물을 통한 현대인의 고독과 모순이었다. 장지에 채색이라는 전통재료를 이용한 팝아트적인 화면은 색다름으로 시선을 끈다. 여러 번의 채색을 통해 맑게 우러나는 색상은 깊은 맛까지 더해 준다. 요즘 작품에선 꽃 등 디테일이 가해지고 인물도 성숙한 여인으로 바뀌고 있다.
“생존을 위해 획일적 잣대에 맞춰 살아야 하는 현대인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작가는 시대를 가장 먼저 읽어내는 촉수가 돼야한다는 김지희 작가. 그는 “동시대의 흐름을 24시간 머리속에서 에스키스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내면을 가면 뒤에 감추고 휩쓸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봐 주셨으면 해요. 획일적이고 복제된 웃음이 난무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남녀를 불문하고 첫 인상은 밝고 경쾌하지만 알고 보면 고독과 슬픔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의 인물 그림이 그렇다. 인물들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현대인의 짙은 페르소나가 읽혀진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 이미지로 다름에 대한 세상의 편견도 꼬집는다.
그는 작가로서의 신념이 확고하다.
“전통에 너무 얽매이기보다 자기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진정성이지요.”
그는 현대인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해내는 데 관심이 많다. 내부의 수분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세우고 있는 선인장에선 고독한 현대인이 어른거린다. ‘러브’라는 글씨가 새겨진 초콜릿은 겉으로 달콤한 것이 독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같은 비판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위안으로 다가오는 것이 김지희 그림의 큰 미덕이다.
“메시지는 같아도 다양한 표현과 느낌을 창조해 내고 싶어요.”
◇ ‘포장된 웃음’ |
오는 8월과 9월엔 런던과 뉴욕의 기획전시를 계기로 본격적 해외활동도 모색 중이다. 청작화랑 올해의 공모 선정작가에도 뽑혀 28일까지 전시도 갖는다.
“예술가는 잠수함 속의 토끼와 같은 존재여야 합니다. 현실의 문제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동시대의 감성을 24시간 머릿속에서 에스키스하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치열한 작가정신이 ‘월드스타’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02)549-3112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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