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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진실 유족·조성민 갈등'이후 친권개정 여론 거세

입력 : 2008-11-12 09:11:24 수정 : 2008-11-12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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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배우자 사망땐 상대방 자동승계

"재산 탐내 뒤늦게 자녀에 관심 불합리"
#1. A씨 형은 2004년 이혼했다. 형수가 형 이름으로 몰래 카드를 만들어 쓰다가 빚을 진 탓이다. 형은 혼자 아이들을 기르다가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A씨는 “형수 씀씀이가 헤퍼 앞으로 조카들이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게 뻔한데, 형수 대신 우리 형제가 조카를 기르며 형 유산을 관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2. B(여)씨 딸은 남편과 헤어진 뒤 두 자녀를 키워왔다. 지난 5월 딸이 갑자기 사망하자 평소 얼굴 한 번 내밀지 않던 애들 아버지가 나타나 친권, 재산관리권을 들먹였다. B씨는 “이제 와 남에게 아이를 맡길 순 없다”며 “할머니인 내가 애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올 들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이혼이 급격히 늘면서 빚어진 우리 사회 단상이다. 상담소 측은 “최진실씨 자살 후 최씨 유족과 전남편 조성민씨 간 갈등이 알려지면서 친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11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친권 상실을 청구하거나 잃어버린 친권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 접수가 급증하고 있다. 2004년 33건이던 것이 지난해 192건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서는 10월 현재 전국 법원이 접수한 친권 관련 소송만 188건에 이른다.

우리 민법은 친권을 ‘부모 의무이자 포기할 수 없는 권리’로 봐서 상실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을 저지른 때나 다른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친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친권 상실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씨 유족이 조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더라도 이기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하지만 이혼 후 자녀 양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전 배우자 사망 후 자동으로 친권을 회복해 재산관리권 등을 거론하는 건 우리 법 감정과 충돌한다. 이혼소송 전문 조혜정 변호사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운 여자가 사망한 뒤 어린 자녀 명의로 들어둔 보험금이 양육비 한 번 안 낸 전남편 손에 들어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가족법 권위자인 김주수 전 연세대 법대 교수는 “이혼한 부부 가운데 아이를 키우던 한쪽이 사망하면 상대방이 자동으로 친권을 갖는다고 보는 현 판례는 잘못”이라며 “양육비 분담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친권 회복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제폐지시민모임 전 대표 고은광순, 여성학자 오한숙희, 배우 손숙·김부선, 방송인 허수경씨 등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 부모 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 모임’을 결성하고 “현행 민법의 친권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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