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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없는 전쟁''의 허구 고발… 제9중대

입력 : 2007-09-14 13:31:00 수정 : 2007-09-14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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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한 ‘제9중대’는 인생의 농익은 즐거움과 성숙의 단계를 맛보지 못한 채 아프가니스탄의 바위산 중턱에서 죽어간 옛 소련의 젊은이들이 최후까지 함께했던 전장의 표정을 건조하리만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도 전쟁으로 말미암아 파괴되는 인간들의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꿈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이들이 피의 전장을 뒹굴어야 하는 이유는 국가의 명분 없는 전쟁 때문이라고 고발한다.
그동안 우리의 ‘눈맛’을 길들여온 할리우드의 전쟁영화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익숙한 미군 병사 대신 다소 낯선 생김새의 소련군인들이 주인공이다. 총과 군복이 다르고 육중한 헬기의 모습도 영화 속에서 흔히 보아오던 것과 상이하다.
할리우드 전쟁영화 공식과는 달리 하나의 영웅 또는 특정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훈련소에서부터 전장까지 전 부대원들이 겪는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춘다. 삶과 죽음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있는 극단의 상황, 그곳에서 꽃피운 전우애, 그리고 희생을 강요받은 작은 개인들의 비운을 영화는 씁쓸히 낭독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9년째인 1988년. 징집에 응한 청년들이 하나둘씩 기차역에 모여든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어느 겨울밤 화가를 꿈꾸는 예술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교생실습생, 결혼식을 치른 지 하루 만에 소집되어 온 새신랑, 어린 딸을 둔 가장은 각각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고 훈련소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전쟁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모조리 앗아간다. 지독한 훈련을 거치는 동안 순수한 교사 지망생의 몸은 어느새 살인병기로 바뀌어 간다. 예술가의 손은 이제 붓보다 총이 익숙해졌고, 현실주의자 류타예프는 생존 방법을 부지런히 체득해 나간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았던 9중대 대원들은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모두가 한몸처럼 아끼는 게 살아남는 법이란 걸 깨닫게 된다. 그러나 9중대의 가장 큰 비극은 주둔지가 본 부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 전쟁이 끝나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하고, 고지를 사수하다 무자헤딘의 12차례에 걸친 전면 공격에 전멸해간다.
온통 붉은 빛이 감도는 아프가니스탄의 바위산이 이국적이며 바위에 뚫린 구멍 등 지형지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무자헤딘의 전술이 인상적이다.
영화엔 잔인하고 치열한 전투 장면은 없지만, 명분 없는 전쟁의 허구와 반전의 당위성이 잘 녹아들어 있다. 감독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키며 극을 끌어가는 재주를 부린다. 제작비 83억원이 들어간 러시아 블록버스터. ‘전쟁과 평화’의 감독 세르게이 본다르추크의 아들인 표도르 감독의 데뷔작이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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