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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립국장도 세종문화회관도…공연무대 일제 잔재

입력 : 2007-08-31 17:43:00 수정 : 2007-08-31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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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제잔재 청산 등 과거사 정리에 나섰으나 우리나라 현대 공연예술 무대에 일제잔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 공연장인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공연 무대에 일제잔재가 뿌리 깊게 남아 있어 민족정기를 흐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30일 숙명여대 전통문화대학원 배성한 주임교수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문화교차적 측면에서 바라본 한국 무대공간 변천사 연구’ 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연무대의 대표적인 일제잔재로는 ‘화도(花道)’와 ‘면막(面幕)’의 문양, 중앙 회전무대 등이 손꼽힌다.
화도란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연극 ‘가부키’의 보조무대 객석 양 옆에 사선으로 있는 통로를 가리킨다. 일본을 제외한 각국 배우들의 통로는 무대 양 옆에 직선으로 돼 있으나, 일본은 자국의 전통을 변형해 현재는 좌측에만 화도를 설치하고 있다.
공연의 시작 전과 종료 시 쳐지는 커튼인 면막에 문양을 새기는 것도 가부키의 전통으로, 면막에 문양을 새기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배 교수는 “면막의 문양은 손으로 수놓기 때문에 수억원을 호가하고 무게만도 1t에 달한다”며 “공연에 필요치 않음에도 대부분 공연장에서 무대 면막에 문양을 수놓는 것은 일제잔재를 답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극장이나 공연장 무대 중앙에 설치되는 회전무대도 일제잔재로 청산돼야 할 대상이다. 국립극장은 2002년 130억원의 거액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했지만, 당시 노후된 음향장치와 기계설비만을 교체했고 일제잔재인 화도, 면막 문양, 중앙 회전무대 등은 그대로 둬 비판을 사고 있다.
최근 앞다퉈 공연장을 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대를 만들 때 여전히 고정된 중앙 회전무대와 화도, 면막 문양을 설치해 개선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대 김인준 교수(연극영화과)는 “우리 공연무대 기술이 일본을 통해 수입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며 “우리 전통예술은 마당의 성격을 띠고 있어 주체적으로 무대공간을 꾸미고, 전통예술 전용극장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는 요즘 공연도 우리 전통예술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서양 공연문화를 받아들인 일제가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전통예술 무대인 옥외공간을 실내로 끌어들여 공연자와 관객을 분리시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의 합일(合一)을 중시해 ‘열린 무대공간’을 추구했지만, 서양은 자연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공연무대도 벽으로 가로막은 ‘닫힌 무대공간’으로 조성했기 때문에 문화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일제잔재와 광복 후 무분별한 외래문화 수용으로 국립극장 등 대부분의 극장들은 ‘무목적 극장’이 돼버렸다”며 “상고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공연문화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우리 무대를 세계적 공연예술 공간으로 끌어올리는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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