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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상옥 평론집 ‘디카詩를 말한다’

“디카시는 언어 너머의 시”
디카 사진 활용한 새로운 글쓰기 풍속도 진단과 검증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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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5-19 14:12:00      수정 : 2007-05-19 14:12:00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 풍광이나 인물을 기록하는 역할은 화가의 몫이었다. 사진이 출현하면서 화가들은 초기에 강력한 두려움을 가졌을 법하다. 밥줄이 위협받는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긍지를 지닌 자신의 ‘예술’에 대한 본능적인 방어 욕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이르러 회화는 회화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영역을 구축하고 서로 넘나들면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고 있다.
이상옥(50·마산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시인의 평론집 ‘디카시를 말한다’(시와에세이)를 접하면서 시인들은 사진기 등장 무렵 화가들의 고민을 반복할 수도 있다. 길을 가다 눈에 들어온 풍광을 디지털카메라(디카)로 찍어 그 사진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일, 그것을 이씨는 ‘디카詩’라고 명명했다. 명명 차원을 넘어 디카시 창작은 물론이고 디카 시론 정립을 위한 연구활동, 디카시전 개최, 디카시 카페 운영, 디카시 전문지 창간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디카시론집까지 펴낸 것이다.
이씨는 “‘디카시’는 단순한 시와 사진이 조합된 시사진(시화)이 아니라 ‘언어 너머 시’”라며 “깊이 파지 않아도 널려 있는 사금처럼 시의 노다지밭”이라고 주장한다. 언제 어디서든 직관으로 찍은 디카 사진을 불러내기만 하면 문자시를 쓸 때의 상상력과는 다른 국면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는 산허리에 걸린 석양 사진을 내세우고 “하루치의 슬픔 한 덩이/ 붉게 떨어지면/ 짐승의 검은 주둥이처럼/ 아무 죄 없이/ 부끄러운 산”이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역광을 받아 눈부시게 반사되는 물결사진을 두고는 “저 물비늘/ 해변에 막 닿은 파닥이는 마음”이라고 써내려간다. ‘언어 너머 시’란 이처럼 문자 저편에서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부록에 수록된 문덕수씨의 평문처럼 이러한 이씨의 시론에 대한 ‘오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찌 감히 시인이 사진 따위를 ‘커닝’할 수 있는가, 이는 단지 사술(詐術)이며 말장난에 불과할 뿐 아닌가…. 하지만 문덕수씨는 “디카가 시쓰기에 있어서 어떤 기능적, 주체적 의미를 환유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컴퓨터로 글을 쓰는 세상에 아직도 원고지를 고집하는 시인도 존재한다. 디카든, 컴퓨터이든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의 안목과 재능이 가장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씨의 주장처럼 “디카가 새로운 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추세에서 디카를 활용한 글쓰기가 하나의 새로운 글쓰기 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현실”임을 인정한다면, ‘디카시를 위한 시론’(1부)과 ‘디카시론에 대한 진단과 검증작업’(2부)으로 구성된 이 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조용호 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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