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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중교통개편갈등 해결방안은…

관련이슈 갈등관리 시스템이 없다

입력 : 2008-01-22 16:10:32 수정 : 2008-01-22 16: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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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반발에 시민들 ''버스개혁위'' 발족
다양한 정책수단 동원… ''고질병'' 치유
서울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내버스의 난폭운전과 급정차, 불친절 등은 서울시가 수십년 동안 앓아온 중병이었다. 이 병 치유의 당위성은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이뤄내는 큰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버스업체 간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뒤얽힌 상황에서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는 일은 엄청난 갈등을 수반하는 작업이었다. 부안사태나 새만금사업 등 대형국책사업을 둘러싼 공공갈등으로 정부가 쩔쩔매는 사이 서울시는 어떻게 이 엄청난 공공갈등을 보란듯이 해결하고 대중교통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버스개혁의 칼을 뽑아들다=서울시가 이명박 시장의 진두지휘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인 버스개혁의 칼을 처음 뽑아든 것은 2003년 3월이었다. 버스의 과잉 공급과 좋은 노선을 차지하려는출혈경쟁으로 업체들이 하나둘 도산하고 있을 때였다.

이 시장은 가장 먼저 교통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서기관급(4급) 과장을 모조리 교체했다. 공무원과 기존 업체와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결코 버스개혁을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 시장은 이어 도봉·미아로에서 버스개혁을 시범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범실시를 통한 서울시 전체로의 확대 계획은 업체들의 강한 반발과 로비로 ‘시범사업 1년 연기’ 발표와 함께 무릎을 꿇어야 했다.

서울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경실련과 녹색교통연합 등 시민단체 연합이 힘을 실어주었다.“서울시가 모처럼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렸는데 버스업계의 이해관계 때문에 난관에 부딪혔다”는 내용의 성명 발표였다.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2003년 6월 ‘버스개혁시민위원회’를 탄생시켰다. 중재자를 자처한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버스업체 대표와 노조대표, 교통전문가, 서울시 교통국장,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국장을 위원회에 참여시켰다. 서울시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내친김에 서울시 전체 교통체계 개편안으로 사업계획을 확장했다.

◆갈등을 잠재우다=버스개혁에는 버스업체, 건교부, 서울경찰청, 시민단체 등 많은 갈등요인이 잠재돼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서울시는 가장 치열한 갈등 양상을 보인 버스업체 대표들에게 ‘수입금 공공관리’를 제안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60% 버스업체를 겨냥한 묘수였다. 서울시가 전체 수입금을 공공관리하고 적자분을 업체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시는 또 경영난에 처한 업체들에 차고지를 팔아 빚을 갚도록 하고 대신 서울시 공영차고지를 쓰도록 배려했다.

시는 끝까지 버스개혁을 반대하는 13개 업체 대표에게는 서울시의 공공지원 중단과 서울시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을 통보했다. 끝까지 거부하다가는 아예 설자리를 잃을 것으로 판단한 업체 대표들이 시 방침에 적극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마침내 2004년 1월 10일 서울시는 버스운송사업조합과 버스개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버스업체만큼이나 갈등을 야기한 단체가 버스노동조합이었다. 서울시는 교육을 통해 노조원들을 설득했다. ‘버스기사 교육 의무화 법령’을 근거로 4∼5개 업체씩 묶어 교육을 벌여 나갔다. 버스업계의 실태를 설명하고 개혁이 있어야만 함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스업계의 심각성을 이미 알고 있던 노조원들은 쉽게 돌아섰다. 서울시를 믿고 버스개혁에 동참하는 길만이 자신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한 게 주효한 것이다.

그 사이 건교부는 공익상 필요할 경우 재정지원과 노선입찰이 가능하게 시가 조례를 개졍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규제 심의에 난색을 표하던 서울경찰청도 규제 심의를 통과시켜 줌으로써 주변의 모든 갈등 상황이 종료됐다.

◆버스개혁 성공의 의미=버스개혁 이후 그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녹색소비자연대가 버스 이용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만족도 ‘보통 이상’이 개편 전 58.2%에서 개편 후 81.8%로 향상됐다. 버스 사고 건수는 개편 전 1년과 개편 후 1년을 비교한 결과 25.2%(166건) 감소했고,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하루 평균 5.5%(51만1000명) 증가했다.

이런 성과는 일본교통학회 회원과 독일FAZ기자단 등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을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타임지 등 해외 언론이 서울시의 성공사례를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게다가 서울시의 교통시스템을 사겠다는 외국 지자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잘 관리한 갈등 사태가 시민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김선희 연구위원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동참한‘버스개혁시민위원회’를 탄생시킴으로써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요인을 풀어나간 서울시 사례는 갈등 관리에 계속 실패해온 정부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이돈성(팀장)

신상득·남상훈·김창덕 기자

twins5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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