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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받고 구치소만 가면 왜?

입력 : 2006-07-12 16:56:00 수정 : 2006-07-12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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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 인사들 ''휠체어 신세''…"건강빌미 꼼수" 비난 여론
"환경 변화 스트레스 극심 예상치 못한 질병 올수도"
‘폐결절, 심낭 이상, 객담으로 인한 호흡곤란, 고혈압과 뇌경색, 동맥경화, 혈관경련성 협심증과 관상동맥 협착증, 불면증…’
평소 건강한 모습으로 현장을 누비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구속수감 2개월만에 ‘중증 환자’가 됐다. 그리고 보석된 뒤 10일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환자복에 휠체어를 타고 링거를 꽂고 있었다.
어딘선가 많이 봤던 모습이다. 바로 얼마 전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검찰수사를 피해 5개월간 외국으로 나가 있다가 들어올 때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 전에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그랬고,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청와대 수석이 그랬다. 도대체 정·재계 유력인사들은 왜 구치소에 갇히거나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 한결같이 환자가 되는 것일까.
◆정태수 회장에서 정몽구 회장까지=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97년 한보 비리가 터지자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청문회장과 법원에 나타났다. 휠체어를 타고 모자를 쓴 당시 그의 모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 있는 탓에 세간에서는 그를 휠체어 출두의 ‘원조’로 기억한다.
김우중 전 회장은 5년8개월의 해외도피 끝에 귀국해 구속수감된 이후 줄곧 법정에 링거를 꽂고 부축을 받으며 등장했다.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노갑씨와 박지원씨도 휠체어 신세를 졌다.
◆휠체어가 ‘방패’인가=평소 왕성하게 활동하던 인사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처지에 놓이면 휠체어에 앉아버리는 걸 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건강을 무기 삼아 처벌 수위를 낮춰보려는 행동 아니냐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는 A(53)씨가 “구치소에서 반성도 많이 하고 담배도 끊어 오히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되는데 힘있는 사람들은 구치소에 가면 없던 병도 생기는 모양”이라고 하는 것도 이해할 법하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아무래도 구속을 피하고, 실형을 받는다 해도 이후 형집행정지를 기대하며 신체적 질병 문제를 이용해 진단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갑자기 검찰 수사나 구치소 수감, 법원 재판을 받으면 정신적 충격으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다 구치소에 갇히면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평상시 느끼지 못한 각종 질병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 그룹 관계자는 “몇년전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된 모 그룹 계열사 사장은 구치소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지내면서 큰 충격을 받아 지금도 간혹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신미연 기자 minerva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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