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참조〉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연구팀은 최근 미국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잠재 멸종위험이란 ‘레드 리스트’(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에 등재되지는 않지만 예방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며 “문명 발달 상황을 감안할 때 레드 리스트에 새로 추가되는 생물종이 현 수준을 뛰어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 영원류 등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피부를 가진 양서 동물들이 극심한 온도 변화와 피부병으로 급속하게 멸종하고 있지만, 수십년 후에는 북극곰에서 열대 나비에 이르기까지 멸종 위기가 확대될 것이란 지적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2∼5년마다 멸종 위기에 처한 각종 희귀 동식물의 실태를 보고서 형태로 발표하고 있다.
연구팀은 북아메리카순록, 사향수소, 세이셸큰박쥐, 갈색여우원숭이처럼 몸집이 상대적으로 크면서도 한정된 지역에서만 볼 수 있고 번식 기간이 오래 걸리는 생물을 기준으로 했다. 이에 따라 잠재 멸종위험군으로 분류된 생물종은 육상 동물만 따져도 1500종 이상. 특히 이번 보고서에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불리는 아마존과 콩고분지가 제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 위험군으로 분류될 생물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캐나다 북부의 준극지방과 러시아 북부, 그린란드까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라며 “제때 업데이트되지 못한 부실한 자료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전했다.
국제자연보호단체인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I)의 토머스 브룩 박사는 “엄청나게 많은 생물종이 각기 조그마한 지역 안에 서식하고 있는 아마존과 콩고분지가 잠재 위험지역에 꼽히지 않았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라며 “IUCN이 이끌고 있는 자연보호학계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계속 확대되는 “생물 다양성 감소 추세를 2010년까지는 반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일 브라질에서 개막한 유엔 환경장관회의에서도 이 점을 재확인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도시 팽창과 숲의 축소, 환경 오염 외에 지구 온난화까지 가중되는 마당에 이런 목표는 비현실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밀레니엄생태계평가위원회(MA)가 지난해 발간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에 따르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멸종은 100∼1000배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양서류의 3분의 1, 포유류의 5분의 1, 조류의 8분의 1이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생물 다양성 보존운동기구 ‘디베르시타스’의 안 라리고데리 회장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의 수 자체가 정확히 파악되진 않지만 멸종 속도는 지금까지 화석 자료로 추정됐던 속도의 10∼100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세계환경보존연맹(WCU)의 레드 리스트 작성 책임자는 “이미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우리는 수백만년 만에 최악의 멸종 위기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발 앞서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단체들도 있다. 하지만 브룩 박사는 “사전 조치가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쉽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인류가 생물의 다양성에 미친 충격을 감안할 때 프로그램 대부분은 사후 조치를 위한 형식에 그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BBC는 다양성의 감소는 천연자원 감소와 생태계 서비스(물, 박테리아 등)의 훼손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충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르셀 카디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는 “우리는 이미 엄청난 멸종 증가세를 보고 있다”면서 “일례로 과테말라 고함원숭이는 2000년 ‘최소 관심’ 등급에 등재됐지만 불과 4년 만에 야생 습성을 거의 잃어버린 ‘위험’ 등급으로 조정됐다”고 지적했다.
카디롤 교수는 “이미 위험에 빠진 생물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에 근접해 있는 종에도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생물 멸종 현황>
긴급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생물은 세계적으로 800종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됐다.
런던동물원 등 13개 단체가 멸종 방지를 위해 연합한 ‘멸종제로연합(AZE)’은 최근 미국과학한림원(NAS) 회보를 통해 “오직 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동식물이 794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들은 주로 열대지방에 서식하고 있으며 보호 예산이 한 해 1000달러(약 100만원)에 못 미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AZE가 멸종위기종으로 꼽은 이들 생물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와 침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레드 리스트에서 ‘위험’ ‘매우 위험’으로 분류된 생물이 최소 한 종 이상 서식하는 지역 595곳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종의 유일한 서식지이거나 전체 개체 수의 95% 이상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핵심 지역은 대부분 열대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는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높고 소수 인종이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공통점도 발견됐다. AZE가 지적한 595개 지역이 책정한 멸종위기종 보호 예산은 매년 470달러(약 47만원)에서 350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스튜어트 버처트 국제조류보호연맹(BirdLife International) 국제종담당관은 “지역에 따라 엄청나게 높은 액수를 책정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한 종만이라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처트 담당관은 “이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생존해 있을지 예상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레드 리스트는 2004년 “지구 온난화와 질병으로 코스타리카의 황금두꺼비와 에콰도르의 잠바토두꺼비 등이 멸종하는 등 1500년 이후 844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지난 1월 “중남미에 서식하는 할레킨개구리 110종 가운데 3분의 2가 20년 만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2050년까지 모든 종의 4분의 1이 멸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긴급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생물은 세계적으로 800종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됐다.
런던동물원 등 13개 단체가 멸종 방지를 위해 연합한 ‘멸종제로연합(AZE)’은 최근 미국과학한림원(NAS) 회보를 통해 “오직 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동식물이 794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들은 주로 열대지방에 서식하고 있으며 보호 예산이 한 해 1000달러(약 100만원)에 못 미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AZE가 멸종위기종으로 꼽은 이들 생물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와 침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레드 리스트에서 ‘위험’ ‘매우 위험’으로 분류된 생물이 최소 한 종 이상 서식하는 지역 595곳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종의 유일한 서식지이거나 전체 개체 수의 95% 이상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핵심 지역은 대부분 열대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는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높고 소수 인종이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공통점도 발견됐다. AZE가 지적한 595개 지역이 책정한 멸종위기종 보호 예산은 매년 470달러(약 47만원)에서 350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스튜어트 버처트 국제조류보호연맹(BirdLife International) 국제종담당관은 “지역에 따라 엄청나게 높은 액수를 책정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한 종만이라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처트 담당관은 “이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생존해 있을지 예상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레드 리스트는 2004년 “지구 온난화와 질병으로 코스타리카의 황금두꺼비와 에콰도르의 잠바토두꺼비 등이 멸종하는 등 1500년 이후 844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지난 1월 “중남미에 서식하는 할레킨개구리 110종 가운데 3분의 2가 20년 만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2050년까지 모든 종의 4분의 1이 멸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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