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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2040]섹시걸-섹시가이로 ''밤마다 변신''

입력 : 2004-02-03 14:38:00 수정 : 2004-02-03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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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댄스와 사랑에 빠졌어요" 직장인 유혜진-박준균씨 현대인에게 변신은 필수다?
프랑스 언론사의 한국특파원으로 일하는 박준균(40·경기도 분당)씨는 1주일에 세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배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일명 ‘배꼽춤’이라 불리는 아랍의 전통춤 ‘벨리댄스’에 사로잡힌 탓이다. 요즘 ‘댄스 붐’으로 헬스클럽마다 개설된 각종 춤들을 두루 섭렵해 오던 박씨가 벌써 반년째 ‘수련’을 해 온 종목. 박씨는 힙합 재즈 룸바 자이브 댄스스포츠를 모두 익힌 춤꾼이지만 뒤늦게 배운 ‘벨리댄스’에 날새는 줄 모른다. “그 어떤 춤에서도 안 쓰던 근육들을 많이 써요. 저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은 평생 허리·골반 운동을 할 기회가 없잖아요. ‘벨리댄스’는 골반의 좌우 운동과 상체의 분리 운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제가 망각했던 몸의 균형과 유연성을 찾아줍니다.”
벨리댄스의 기본기는 엉덩이에 힘을 주고 빼고, 좌우로 흔들기. 맨발에 배꼽을 드러낸 파격적인 의상, 허리와 엉덩이를 휴대폰의 진동 모드로 연신 흔드는 쉬미(shimmy) 동작은 관능적인 여성성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벨리댄스 전문 강사 유재희씨는 “이집트에서는 남녀가 쌍을 이뤄 추는 벨리댄스도 있지만, 국내에서의 벨리댄스는 아직까지 여성들의 전유물이다. 뱃살을 빼고 싶은 주부들과 젊은 직장인 수강생이 대부분이지만 그중 남성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인터넷 다음 카페내 벨리댄스 동호회 ‘OBDA’의 회원 수백명 중 남성 회원은 딱 다섯명뿐이다. 그래도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제 삶은 제 삶이고 좋아하는 건 하고 살아야죠”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그에게 벨리댄스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문화다. “제가 한국특파원이잖아요. 외국 문화를 알아야만 우리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소통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랍 문화인 벨리댄스에 대한 저의 애착은 반미(反美) 문화운동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지난달 31일 밤 9시 ‘OBDA’(http://cafe.daum.net/OBDA) 정기 모임이 열린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는 300여명의 ‘벨리댄스’ 동호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이중 아마추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배워봅시다’ 시간이 되자 박씨와 함께 거침없이 스테이지로 올라서는 한 여성이 눈에 띈다. 핑크빛 앙고라 스웨터에 검은 정장 스커트를 받쳐 입은 유혜진(25)씨는 누가봐도 참한 양갓집 규수다. 강남의 모 법무법인 비서로 근무하는 유씨는 문화센터에서 벨리댄스를 배운지 1년이 넘은 준 프로다. “회식 자리나 친구들 이벤트, 워크숍에서 자신을 PR할 만한 특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벨리댄스를 배웠다는 유씨는 자신이 이토록 오랫동안 빠져들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벨리댄스를 시작하면서 직장생활의 단조로움을 풀고, 좌식생활에서 나오는 아랫배와 변비 등이 없어지면서 ‘내 몸에 좋은 보약이 따로 없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벨리댄스 의상이 민망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과감한 노출이 자연히 다이어트 강화로 이어져 더 좋아요.”
이들을 만나고 나서 회사에 돌아왔다. 책상너머 주변을 둘러본다. 머리 벗겨진 부장님, 깐깐하기 그지없는 동료, 무뚝뚝한 경비 아저씨도 한밤중이면 춤 삼매경에 빠지는 사람일지도 몰라. 엉뚱한 상상이 고개를 든다.
글 김은진·사진 이제원기자/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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