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경 과정에 들어선 한국 중년 여성들의 정신건강이 크게 흔들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우울’과 ‘울화’ 증상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전상원·류승호·장유수 교수와 장윤영 박사 연구팀은 2014∼2018년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2∼52세 여성 4619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을 평균 6.6년간 추적 관찰하며 ▲폐경 전 ▲폐경 이행 전기 ▲폐경 이행 후기 ▲폐경 후 네 단계로 구분해 ‘인지된 스트레스(Perceived Stress)’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폐경 전과 비교해 폐경 이행 후기에서 스트레스 지표가 가장 높았으며, 폐경 이후 다소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긴장, 우울, 울화 가운데 우울과 울화가 폐경 이행기를 거치면서 뚜렷하게 증가했다. 울화는 폐경 이행 후기에 크게 높아졌다가 폐경 후에는 다소 완화됐지만 우울은 폐경 이후에도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폐경 이행 후기에 울화 점수가 급증하고, 우울은 장기간 지속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문화에서는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한데, 울화 같은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갱년기 여성의 만성질환 예방 관리’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마투리타스(Maturita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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