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2025시즌 최고 강점은 타선이다. 팀 타율 0.282는 단연 1위다. 2위인 삼성(0.267)과도 격차가 크다. 타선의 힘을 앞세워 2위 싸움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놀음이다. 방망이는 아무래도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투수진이 강해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롯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77로 9위다. 최하위 키움(5.42)만 아래에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 뜯어봐도 좋지 않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81로 최하위다. 키움보다도 더 못한다. 마무리 김원중을 필두로 한 불펜진은 그나마 선발보다는 낫다. 그래도 평균 이하다. 불펜진 평균자책점도 4.77로 8위에 그쳐있다.
투타 불균형은 매경기 불안한 경기 운영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8일 부산 두산전도 롯데의 투타 불균형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어깨가 불편해 휴식을 취해야 했던 마무리 김원중 부재의 ‘나비효과’로 인해 어처구니 없는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롯데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5-8로 역전패를 당했다.
위에 언급한대로 이날 패배는 마무리 김원중이 자리를 비운 롯데 불펜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실감한 한 판이었다.

이날 롯데는 선발 홍민기가 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홍민기는 최고 시속 153km의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2구종 만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하며 4-1로 앞선 6회에 마운드를 정현수에게 넘겼다. 이 리드만 지켜진다면 홍민기는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원중 없는 롯데 불펜에게 4이닝 3점의 리드는 지켜내기 쉽지 않았다. 6회 등판한 좌완 정현수가 1사 후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았고, 케이브를 뜬공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석엔 양의지.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좌완 정현수를 내리고 우완 김강현을 올리는 것이었다. ‘좌우놀이’에 의한 등판이었지만, 김강현은 양의지에게 좌중간 담장을 때리는 적시타를 맞았다.

김강현은 7회에도 올라왔지만, 1사 후 오명진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김태형 감독은 필승조 정철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유격수 전민재의 실책에 포수 유강남의 포일까지 나오며 1사 2루에 몰렸다. 그러나 롯데 불펜의 핵심인 정철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과 유니폼을 바꿔입은 추재현, 김민석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야수진이 초래한 위기를 스스로 껐다.

롯데는 7회 한 점을 내며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8회를 맞았다. 평소 같았다면 셋업맨 최준용이 나와야 했지만, 최준용은 김원중을 대신해 9회에 등판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정철원을 마운드에 더 올리는 것이 아닌 벌떼 마운드였다.

먼저 선택을 받은 선수는 구승민. 그러나 구승민은 김태형 감독의 기대와 달리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줬다. 다음 타자는 좌타자 제이크 케이브. 김태형 감독은 구승민을 바로 내리고 이날 2군에서 올라온 좌완 김진욱을 올렸다. 또 한 번의 ‘좌우놀이’. 그러나 이 카드는 여지없이 실패했다. 김진욱은 4구째 커브를 통타당했고, 이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포가 됐다. 홍민기의 데뷔 첫 승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구승민, 김진욱이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하자 김태형 감독은 김상수를 올렸다. 그러나 김상수도 두산 타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첫 타자 김기연을 땅볼로 처리했지만, 김재환에게 우전 안타, 박준순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2,3루에 몰렸다. 오명진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르며 박계범과 승부를 택했지만, 김상수는 박계범에게 역전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내줬다. 경기는 5-7로 뒤집어졌다.

2점차라면 아직 할 만한 상황. 김태형 감독은 9회 마운드를 좌완 송재영으로 바꿨다. 선두타자 정수빈과 그 다음 타자 케이브가 좌타자임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송재영은 케이브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김원중의 부재로 생긴 1이닝의 공백은 이날 롯데에게 쓰라린 역전패를 선물하고 말았다. 문제는 롯데 불펜진의 과부하. 정현수는 올 시즌 52경기 등판으로 최다 등판 1위에 올라있고, 정철원도 45경기에 등판했다. 김상수 42경기, 김강현 41경기 등 핵심 불펜진들은 모두 혹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반기 접전 승부처에 많이 노출된 이들 불펜진으로 시즌 끝까지 버텨낸 뒤 가을야구에서도 대업을 이룰 수 있을까. 이날 패배는 롯데의 후반기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드러난 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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