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신고 단계부터 큰 어려움
통신사·플랫폼사 시스템 개선 시급”
이정엽(사진) 법무법인 로집사 변호사는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이를 악용한 범죄도 진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중 대표적인 수법이 ‘리딩방 사기’다. 유튜브, 오픈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자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접근한 뒤, 투자자를 조종해 사실상 사기를 벌이는 방식이다.

이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 판사 출신으로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초대 회장을 지내며 법원 내 가상자산 전문가로 꼽혀왔다. 법관 퇴임 후에는 가상자산·유사수신 사기 등 금융범죄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온라인상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유명인 사칭 계정이 넘쳐난다”며 “리딩방에서 자신이 누구라고 소개하지만 신원을 알 수 없어, 피해자들은 신고 단계부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세계일보와 만난 이 변호사는 “최근 가상자산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범죄 조직이 마치 기업처럼 정교하게 조직화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조직적 범죄의 유통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안부 전화’를 가장해 여러 차례에 걸쳐 신뢰를 쌓은 뒤, 노후자금을 편취하는 수법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피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젊은층은 스팸전화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층은 전화를 받을 확률이 높아 말벗을 가장한 접근이 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정교해지는 금융범죄에 맞서기 위해 이 변호사는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 등 민간 사업자들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통로는 결국 통신망이고,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피해자를 노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건 통신사”라며 “단순히 ‘우리는 망만 제공했을 뿐’이라는 식의 책임 회피가 과연 정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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