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감사원 상대 권한쟁의 제기
헌재, 헌법상 독립기구 위치 재확인
감사원 “납득 어렵지만 결정 존중
감사 범위·대상 면밀히 정립할 것”
헌법재판소가 27일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 직무감찰에 대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감찰권한을 선관위에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의 법률상 위치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2년 전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의혹에서 비롯된다. 김세환·박찬진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전·현직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고위관료 자녀들이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에 채용되거나 진급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선관위가 자체 검사를 벌인 뒤 간부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는데 선관위가 헌법이 부여한 선관위의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두 기관 간 충돌이 벌어졌다. 선관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선관위는 응하지 않았다. 여론 악화와 여권의 압박에 선관위는 입장을 바꾸어 감사원 감사에는 응했지만 감사 범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행정부 내부 통제 장치’ 성격이라고 보고 이번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는 “헌법 97조에 따라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분명한 것은 피청구인의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양 기관은 헌재 판결 후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감사원은 입장문에서 헌재 결정에 “감사원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관행, 선관위의 현실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재의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근거가 법률상 없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고 반기면서도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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