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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공포의 흉기 테러… 車로 행인 덮치고 쇼핑몰 들어가 범행

, 묻지마 범죄·흉악 범죄

입력 : 2023-08-03 23:03:56 수정 : 2023-08-04 14: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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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범행 여파 서현역 일대 혼란
시민·경찰·취재진 등 엉켜 아수라장
사건 초기 “범인 여럿” 목격담 돌아
경찰선 20대 피의자 단독범행 추정

전문가 “신림역 사건이 촉발제” 평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또 ‘살인 예고 글’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차량 테러’가 벌어져 10여명이 다쳤다. 피의자는 차량을 몰고 인도의 행인들에게 돌진해 들이받은 뒤, 지하철역과 이어진 대형 백화점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렀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으로 사상자가 나온 지 2주 만이다. 불특정 다수를 노린 반(反) 사회적 범행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소재 한 대형 백화점 1층에서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24세 최모씨(가운데)가 몸을 피하려는 시민들을 쫓아가며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55분쯤부터 서현역 인근에서 ‘불상의 남성이 사람들을 마구 찌르고 다닌다’는 112신고가 잇따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5분쯤 피의자인 배달업 종사자 최모(24)씨를 범행 현장 근처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최씨는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연달아 치었고, 이후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멈추자 서현역과 이어진 대형백화점 AK플라자로 들어갔다. 그는 AK플라자 1, 2층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의 흉기 테러로 9명이 다쳤다. 피해자 9명의 성별은 남성이 4명, 여성이 5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 5명, 40대 1명, 50대 1명, 60대 1명, 70대 1명이다. 이들 대부분 크게 다쳤다. 피해자들이 자상을 입은 신체 부위도 배, 옆구리 등으로 다양했다. 최씨가 상대와 부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흉기 테러 당시 폐쇄회로(CC)TV로 추정되는 영상을 보면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최씨는 손에 흉기를 든 채 시민들에게 달려들었다. 한 여성이 뛰어서 도망치자 뒤쫓는 장면도 담겼다. 그는 여성이 방향을 틀어 달아나자 그 앞에 있던 다른 남성의 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이어 다른 범행 대상을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서현역 일대는 평소 많은 시민이 오가는 곳이다.

 

참혹한 현장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AK백화점에서 119구급대원과 시민들이 24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시민들에게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성남=뉴스1

◆검은 옷·선글라스 끼고 불특정 다수 뒤쫓아 … 시민들 ‘패닉’

 

최씨가 몰던 차량에 들이받혀 다친 시민은 5명으로 파악됐다. 4명이 크게 다쳤고, 1명은 비교적 부상이 경미했다. 중상자 2명은 각각 의식 저하와 심정지 상태로,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가 더 늘 수도 있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다. 그는 경찰에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 한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마약 간이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음주 상태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초기 온라인 공간 등에선 “범인이 여럿”이란 주장이 나돌기도 했으나 경찰은 최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서현역 일대는 참혹했던 범행의 여파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 서현역에서 AK플라자 출구로 나가려는 시민과 현장을 통제하려는 경찰, 현장을 찍으려는 취재진, 구경하러 온 인파가 뒤엉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범행 현장인 1, 2층은 아예 출입이 통제됐다. 백화점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아 무섭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건 당시 AK플라자 안에 있었다는 이모(27)씨는 “5시50분쯤 백화점 안 시계탑 앞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려는데 2층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그 남성(최씨)이 내려오는 걸 봤다”며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백화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분을 찔러서 그걸 본 사람들이 놀라 백화점을 빠져나갔고, 저도 그 길로 출구로 나왔다”고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24세 최모씨가 3일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전 백화점 앞 인도에서 행인을 들이받는 데 사용한 차량. 성남=연합뉴스

백화점 출입문 앞을 서성이던 고모(56)씨는 “여기에 5년 정도 살았는데, 사고가 났다고 해 무슨 일인가 나와 봤다”며 “인천에 따로 사는 가족들이 바로 무슨 일은 없는지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마음을 졸이긴 마찬가지였다. 평소 영업시간이 오후 11시까지인 상점들도 8시쯤부터 일찌감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인근의 한 가게 직원은 “이젠 이 주변에 오는 것조차 무섭다”고 토로했다. 2년 전부터 카페를 운영했다는 이모(28)씨는 “원래 사람이 많은 길이라 누가 이상한 사람인지 모르니 더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사건 당시 영상과 사진 등이 공유되며 불안감이 확산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무서워서 못 다니겠다”, “방검복이라도 입고 다녀야 하느냐” 같은 글과 함께 사진·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흉기 테러의 피해자로 보이는 시민이 백화점 바닥에 누워 있고, 다른 시민들이 둘러싼 상황, 119 대원들이 부상자를 살피는 모습, 폴리스라인이 쳐진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사건 현장으로 경찰특공대가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지난달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촉발제’가 됐다고 평가하며 추가적인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시기적으로도, 방법으로도 (신림동 사건 피의자인) 조선이 ‘트리거’가 됐다고 본다”며 “살인 예고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도 “칼을 쓴 수법이나 공공장소를 선택한 것도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살인 예고 글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신림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지금까지 10건 올라왔다.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이날은 서현역 사건과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은 “8월4일 오후 6시∼10시 사이에 (성남시 분당구)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 더 이상 살고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오리역 일대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배상훈 우석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서현역 사건은 사회에서 신림역 사건의 피의자 조선을 다루는 방식을 보고 강력하게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조선이 ‘불행하다는 서사’를 부여받는 과정을 보면서 사회적 불만과 열등감을 공유하는 이들이 조선을 영웅시해 모방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즉각적인 출동체계 등을 확보해 범죄가 벌어진 다음 잡으러 다니는 것보다 미연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교수도 “과거엔 골목 대로변 CCTV가 없는 곳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났는데, 지금은 다중이용시설도 범죄에 노출돼 있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 주변 등에 경비·순찰을 강화해야 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가장 위험한 시간과 장소를 파악,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가적인 범죄를 막기 위해 잇단 살인 예고 글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정 교수는 “신림동 사건에 이어 이번 서현역 사건까지 무차별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이버 상의 혐오 범죄를 ‘표현의 자유’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김주영·김나현·조희연 기자, 성남=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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