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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 킬러문항 배제”, 합리적 난도 조절로 입시 불신 없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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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9 23:40:01 수정 : 2023-06-19 23: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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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정부가 어제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 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한 수능 기조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비문학 국어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를 거론하며 교육 당국이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아주 부당하다고까지 했다. 대신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EBS를 활용한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돌봄지원·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방과후 교육과정도 확대하기로 했다.

적정 난이도·킬러문항 배제 등 수능 출제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로 하면서 ‘수능 난도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던 정부 입장이 무색해졌다. 통상 6월 모의평가는 다소 어렵게, 마지막 9월 모의평가는 쉽게 출제됐다. 정부의 ‘불호령’이 떨어진 데다 원장마저 사퇴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당장 ‘물수능’ 논란이 일자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 변별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일선 교육 현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학생·학원가 사이에 올해 수능 출제 경향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입시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 대다수가 전문가를 자처할 만큼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킬러 문항 대신 출제 기법 고도화를 통해 교과과정 내 ‘준킬러 문항’을 대거 늘린다지만 사교육 시장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수능 난도는 ‘신의 영역’으로 불릴 만큼 부침이 심하다. 2022학년도 과학탐구 영역 킬러 문항 오류는 소송과 입시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 수시축소·정시확대 기조에 따라 수능의 비중이 커지면서 변별력 확보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출제 기법 고도화를 공언하고도 또다시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번지면 입시 제도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다.

우선은 수능 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혹 킬러 문항으로 안이하게 변별력을 확보해 온 교육 당국과 족집게 수능 기술로 배를 불린 학원가 사이의 ‘이권 카르텔’이 있다면 끊어 내야 한다. 사교육 시장은 베테랑 진학교사조차 사설 학원 배치표 없이는 학생 지도를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대입제도가 키웠다. 공교육 정상화는 가야 할 길이다. 이번 논란이 그간의 숱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실패한 이유를 되짚어 보고 대입 제도 개편 등 중·장기적 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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