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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나는 대한항공… 조종석엔 백전노장 ‘한선수’

입력 : 2023-04-03 06:00:00 수정 : 2023-04-02 20: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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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챔프전 1·2차전 연승 주인공
완벽 토스·노련한 경기 운영 눈길
3일 천안서 현대캐피탈과 3차전

배구를 두고 흔히 ‘세터놀음’이라고들 한다. 상대 코트에 공격하기 위해선 반드시 세터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세터가 어느 공격수, 어떤 유형의 공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180도 달라진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지닌 공격수라고 해도 토스 높이가 낮거나, 토스 길이가 짧으면 상대 블로킹을 뚫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터의 중요성은 공격수들에 비해 그간 과소평가 받아온 게 사실이다. 2005년 출범 이후 19시즌째를 맞고 있는 프로배구 V리그에서 세터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것은 여자부 이효희(2013~2014 IBK기업은행 소속, 2014~2015 도로공사 소속)가 유일하다. 남자부는 한 번도 없다.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세터 역시 여자부는 김사니 전 코치가 2014~2015 IBK기업은행 소속으로 한 번 받은 게 전부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오른쪽 두 번째)와 팀 동료들이 지난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남자부 역시 챔프전 MVP 출신 세터는 딱 1명. 그는 2017∼2018시즌에 이어 2022~2023시즌 챔프전 MVP도 유력하다. 바로 현역 최고 세터이자 국가대표 주전 세터를 맡고 있는 대한항공의 한선수가 주인공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한선수의 비범함은 유독 빛나고 있다. 과거 소녀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외모는 여전하지만, 한선수도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 마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기량이 녹슬기는커녕 20대 시절보다 훨씬 더 농익은 모양새다. 상대 블로커들과 두뇌 싸움 속에 나오는 적재적소의 토스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리시브가 흔들려서 올라와도 한선수의 토스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챔프전 상대인 현대캐피탈의 세터진이 리그 4년 차 김명관, 신인 이현승 등 20대 초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한선수의 노련하면서도 재기발랄한 경기운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일 인천에서 열린 챔프전 2차전에서도 그랬다. 이날 대한항공 토종 주포 정지석은 상대의 견제 속에 공격 성공률은 38.1%에 불과했고 득점도 9점에 그쳤다. 그러자 한선수는 외국인 선수 링컨과 그간 리시브에 치중했던 곽승석의 공격 비중을 늘렸고, 이따금 미들 블로커들의 속공을 섞어 쓰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도 경기 뒤 “상대 베테랑 세터와의 경험 차이가 드러났다”고 평가할 정도로 최고의 활약이었다.

인천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조리 쓸어담은 대한항공은 내친김에 3일 천안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승부를 끝낼 심산이다. 3년 연속 통합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은 한선수는 생애 두 번째 챔프전 MVP는 물론 10일 열릴 예정인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최초이자, 역대 최고령 정규리그 MVP 수상도 유력하다. 그야말로 지금 남자배구판은 ‘한선수 천하’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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