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휴가를 갈 수 있어야 실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며 자유로운 연차휴가 사용의 보장을 독려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시뮬레이션 플랫폼 개발업체 ‘이에이트’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최근 주 최대 69시간까지 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일이 많을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자’는 취지지만, 근로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개편안이 실 근로시간을 늘어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관련해 보완 장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적립해 휴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자는 연장근로에 따른 보상을 임금이나 휴가로 적립할 수 있게 된다. 저축계좌에 적립된 휴가를 개인의 연차휴가와 붙여서 사용하면 ‘제주 한달 살기’와 같은 장기휴가나 자기계발도 가능해진다.
이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자기 연차의 76%를 쓰고 있다”며 “전 직원이 모든 연차를 소진하는 기업은 40.9%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바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일하는 방식의 효율을 높여 휴가 사용이 쉬워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유연한 근무 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이에이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근로자가 80여명인 이에이트는 직원의 90%가 MZ(1980년 대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이며, 노사 간 소통을 통해 근무혁신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연근무제로서 오전 8~10시 사이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해 근로자가 자신의 일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출퇴근하고, 개인 사정이 있을 때에는 재택근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러한 유연근무와 함께 근로자들이 눈치보지 않고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통해 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연차사유 작성 폐지, 반차제도 및 샌드위치데이 운영 등 연차사용 활성화와 함께 리프레시 휴가(3년 단위 3~5일), 장기근속 휴가(5년 단위 5일 등)를 부여해 직원들이 재충전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지난해 이 회사 전 직원들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100%였다고 이에이트는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에이트의 유연한 근무방식 및 선진적인 연차 제도는 매우 바람직하며, 추가적인 근로시간 선택지를 넓혀서 노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근로시간 개편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실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지도록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개편 전반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주시면 향후 개편안 보완 시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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