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수출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반도체 수출액이 약 44% 줄어드는 등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2.3% 감소하면서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 온 수출 감소세가 이달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커졌다. 수출이 줄고 있는 반면 수입은 에너지 품목 위주로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이달에만 60억달러에 육박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올라 4%대에 재진입했다. 금리 수준 전망은 기준금리 인상 종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2월 1∼20일 반도체 수출액 전년 동기 대비 43.9%↓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이 기간 작년보다 올해 조업일수가 이틀 많았던 탓에 일평균 수출액 기준 감소폭(-14.9%)은 더 컸다. 지난달 수출액은 반도체에서 45% 줄면서 16.6% 감소한 바 있다. 수출 부진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이 38억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9% 감소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무선통신기기(-25.0%), 정밀기기(-15.6%), 가전제품(-38.0%), 컴퓨터주변기기(-55.5%) 등에서도 수출액이 줄었다. 승용차(56.6%), 석유제품(16.3%), 철강제품(3.9%) 등은 수출이 증가했다.
상대국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이 66억6400만달러를 기록, 22.7% 감소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대중 수출은 31.4% 감소한 바 있다. 중국 외에 베트남(-18.0%), 일본(-3.1%), 대만(-37.4%), 홍콩(-53.0%), 말레이시아(-18.5%)에서도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미국(29.3%), 유럽연합(EU·18.0%), 인도(26.0%)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이 기간 수입액은 395억3600만달러로 전년보다 9.3% 늘었다. 원유(7.6%), 가스(81.1%), 석탄(11.2%) 등 3대 에너지 품목의 수입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3대 에너지원의 합계 수입액은 106억4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83억6900만달러) 대비 약 22억7900만달러(27.2%) 정도 많았다.
◆수출보다 많은 수입…1∼20일 무역수지 적자 59억8700만달러
수입 규모가 수출을 웃돌면서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59억8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억33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적자였는데 이달에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무역수지 적자 행진은 1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186억3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69억8400만달러)의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향후 경기 전망 역시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공식 진단한 바 있다. 지난해 7월(6.3%) 정점을 기록한 뒤 떨어지고 있지만 5%대 고물가가 계속되는 데다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진 가운데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 등이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월 경상수지 역시 무역적자 확대에 따른 상품수지 부진으로 전월 대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서비스업 회복세도 주춤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진욱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이 안 좋았던 반면에 제조업이 경기 둔화를 완충하는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제조업이 좋지 않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도 부진해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이라면서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나 경기 흐름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재정집행관계차관회의를 열어 경기 방어 차원에서 상반기에 투입하는 재정 신속집행 규모를 38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기존 340조원의 상반기 집행계획에 중앙재정의 세입·세출 마감에 따른 지난해 이월분, 지방공기업의 집행계획 등을 추가 발굴해 43조원을 늘린 수치다.
◆공공요금 인상에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은 2개월 연속 상승세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월(3.9%)보다 0.1%포인트 높은 4.0%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12월 3.8%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에 대한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87.7%·복수 응답), 석유류 제품(29.2%), 농축수산물(27.6%) 등의 순이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다시 5.2%로 높아진 데다, 공공요금 인상 예고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겠다’는 예상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3으로, 전월(132) 대비 19포인트 급감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하락을 전망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상회한다. 지수가 급락한 것은 한 달 사이 금리 상승 전망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한은은 “시장금리 하락 가속화 등에 따른 추가 긴축 기대 완화로 19포인트 하락했다”면서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라고 밝혔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2로 지난달(90.7)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표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황 팀장은 CCSI 하락에 대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공공요금 중심의 물가 상승 폭 확대 등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14일, 전국 2500가구(응답 237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로 부진이 심화했으나,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상대 현안 보고 자료에서 “국내 경기는 단기적으로 수출 부진, 소비 회복세 약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둔화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경제 회복, 정보기술(IT) 경기 반등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잇단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와 성장 하방 위험 등을 점검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재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당국 ‘이자 장사’ 질타에 대출금리 인하 나선 은행권
주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라는 질타에 은행권이 금리 인하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이 증권사의 고금리 예탁금 문제도 들여다보면서 이자 장사 논란은 금융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KB주택담보대출(신잔액코픽스 기준)은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과 KB전세금안심대출,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대 0.55%포인트 인하된다.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에 우대금리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 상품에 우대금리 0.20%포인트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두 대출상품의 최저 금리는 모두 4%대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은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폭넓은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자 최대 한도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은행권은 최근 사회공헌 대책을 내놨지만, 보증 재원을 늘려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보증 배수 효과로 지원규모 부풀리기 논란이 뒤따랐다. 이에 소비자들의 체감 혜택이 큰 금리 인하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은행이 정말 규모와 공공적인 책임에 맞게 역할을 다했는지를 묻는다면 거기에 대한 답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은행권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고객은 어려워지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벌었는데, 어떤 혁신적 노력을 했는지를 물으면 거기에 대한 마땅한 답은 없다”며 “그런 와중 성과급 등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누구라도 이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증권업계의 ‘이자 장사’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는 고객이 맡긴 예탁금으로 최근 4년간 1조8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다.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연 최고 2%의 예치금 이자를 받는데 고객에게는 지난달 말 기준 0.37%에 불과한 이자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유관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사별 이자·수수료율 관행을 종합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 산정기준을 개선하고 통일된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등으로 가계신용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말 대비 4조1000억원 감소해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이 감소로 전환한 것도 2013년 1분기 이후 10여년 만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사용 금액을 합한 가계 빚을 가리킨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세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가 이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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