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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묶인 채 달리다 고꾸라진 말…‘태종 이방원’ 제작진 검찰 송치

입력 : 2023-02-03 13:43:41 수정 : 2023-02-03 2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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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 제작진 3명 등 지난달 검찰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송치
앞서 KBS1 ‘태종 이방원’ 촬영장면 두고 동물학대 논란 불거져
당시 KBS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 말은 촬영 1주일 후 죽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1월 공개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과정. 말의 발목에 줄이 묶여(빨간 동그라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해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 촬영 과정에서 불거진 동물학대 논란으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고발당한 해당 드라마 제작진 일부가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태종 이방원' 제작진 3명과 방송사 KBS 측을 지난달 2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모(58)씨 등 제작진 3명은 2021년 11월2일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말의 앞다리를 밧줄로 묶은 뒤 말을 달리게 해 바닥에 고꾸라지게 하고, 이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촬영에 동원됐다가 고꾸라진 말은 촬영 닷새 후인 같은달 7일 죽었다.

 

앞서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1월말 ‘태종 이방원’ 7회 촬영 중 동물 학대가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현장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급속히 확산했다.

 

공개된 영상은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달리다가 바닥에 넘어지는 장면의 촬영 과정을 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리에 줄이 묶인 채로 달리던 말이 일정 지점에 다다르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관성에 의해 앞으로 넘어진다. 대역으로 보이는 배우도 말에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뒤쪽에는 줄을 잡은 제작진으로 추정되는 인력도 보인다.

 

단체는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쓰러뜨리는 모습이 촬영 현장 영상에 담겼다”며 “바닥에 고꾸라진 말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한참 동안 쓰러져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법 제8조 위반 사항으로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말의 건강 상태 확인과 함께 촬영 시 동물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마련 협의 면담을 KBS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KBS의 위탁을 받은 제작사가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KBS는 사과문을 내고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 우려가 커 재확인해보니,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드린다”면서,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구시대적인 촬영 방식이라며 제작진을 겨냥한 누리꾼들은 KBS의 사과가 면피성이라며, ‘수신료를 받고 이런 촬영을 해왔느냐’ 등 말로 방송사를 맹비난했다. 한 시청자는 “우리가 내는 수신료가 이렇게 쓰이는지 몰랐다”며 “영상의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이 외에도 ‘공영방송이 생명윤리를 무시했다’ 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시기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드는 데 공영방송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낙마 장면 촬영 과정에 대해서는 "배우와 모두에게 위험한 촬영이라고 한다”며 “해외는 이미 1995년에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 촬영 때도 죽거나 다치는 말 장면에 정교한 모형을 활용했다고 한다”면서, 선진화된 촬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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