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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번의 구타와 쥴 앤 짐… 누벨바그 영화를 다시 본다

입력 : 2023-01-23 17:00:00 수정 : 2023-01-23 16: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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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의 누벨바그 대표작 2편 25일 개봉
사회 통념에 대한 문제의식 담은 작가주의
비행 청소년과 결혼·연애에 대한 인식 다뤄
소품과 촬영기법 주목…‘고전 영화 다시 읽기’

‘400번의 구타’와 ‘쥴 앤 짐’, 누벨바그의 대표작 2편이 한국에서 재상영된다. 현대적인 영화 시각으로 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1950∼60년대, 당대로서는 파격적인 ‘작가주의’ 시도를 한 작품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는 ‘롱테이크’, ‘트래킹샷‘, ‘핸드헬드 카메라’, ‘스톱 프레임’ 같은 촬영기법이 등장한다. 영상 자체의 품질은 떨어지지만, 지금 봐도 영화의 완성도는 손색이 없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400번의 구타’는 누벨바그의 대표 감독 중 한명인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1959년 작이다. 무슨 폭력물 같지만, 제목은 오역의 결과로 원제는 400가지 말썽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장난기 많은 주인공인 소년 앙투안은 학교와 가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자꾸만 엉뚱한 길로 나아간다. 학교에서 시작된 말썽은, 가정으로, 이어 가출과 도둑질로 이어진다. 아이의 잘못은 그의 것인지, 아니면 사회의 삐뚤어진 시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바다를 향해 달리는 롱테이크 샷과 카메라를 향한 앙투안의 질문 담긴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트뤼포의 1962년 작인 쥴 앤 짐은 당대에도 지금도 파격적인 사랑의 방식을 그린다. 감독은 쥴과 짐의 우정과, 모두를 사랑한 여자 카트린의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담아냈다. 이들은 결혼제도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이에 대해 집착하고,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꿈꾸면서도 가질 수 없는 사랑에 고뇌하는 존재들이다. 카트린은 남성들은 자유롭게 연애하지만 여성에게 정조를 강요하는 사회에 반항하듯 남장을 하고, 기꺼이 물로 뛰어든다. 카트린이 영화 속에서 부르는 주제곡 ‘Le Tourbillon’(회오리바람)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누벨바그는 1920년대부터 본격화된 미국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제작시스템과 그 뒤를 잇는 이탈리아의 다큐멘터리적 현실주의인 ‘네오 리얼리즘’의 뒤를 잇는 반항적 프랑스 영화 사조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국이 주도하기 시작한 영화 시장에서 과거 프랑스 영화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영화의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려는 시도다.

 

두 영화의 감독인 트뤼포는 1954년 프랑스 잡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에 모든 영화에는 감독의 개인적 비전과 스타일을 담아야 한다는 작가 이론을 주장했는데, 두 영화는 이런 트뤼포의 사회에 대한 시각을 담아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소품들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자면 손가락에 낀 반지와 원통에 들어가 중력을 느끼는 놀이기구 같은 것들이다. 그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고전 영화를 볼 시간이다. 두 영화 모두 25일 개봉한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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