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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나이 나훈아, 5·18노래 ‘엄니’ 왜 불렀을까

입력 : 2023-01-23 11:02:30 수정 : 2023-01-23 1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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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젊은이들을 위해 가수 나훈아가 부른 ‘엄니’가 최근 한 방송국의 경연 프로그램에서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23일 가수 정다한(32)씨 등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7일 MBN에서 방영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서 나훈아의 곡 ‘엄니’를 불렀다.

 

곡은 가수 나훈아가 2020년 발표한 음반 ‘아홉이야기’에 수록된 것으로, 5·18 당시 숨진 희생자가 원혼이 돼 어머니를 달래는 내용이다. 나훈아가 직접 전라도 사투리로 노래를 불렀다.

 

부산 태생인 나훈아가 왜 광주 5·18의 넋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을까? 나훈아는 광주 젊은이들의 죽음을 그냥 두고 보기에는 너무 안타까워 직접 작사와 작곡을 했다고 했다. 이 노래는 5·18이 일어난지 7년만인 1987년에 만들어졌지만 세상에 알려진 것은 33년만이다. 2021년 정식 앨범에 실린 것이다.

 

이렇게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데 오래 걸린데는 당시 정보기관의 방해가 있어서다. 나훈아는 이 노래 카세트 테이프 2000개를 담아 광주MBC에 보냈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방해로 실제 방송에 내보지는 못했다고 나훈아는 음반 속지에서 밝혔다. 당시 광주MBC PD였던 소수옥씨는 나훈아가 광주 올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국립 5·18묘역을 참배했다고 했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대 왜 운당가...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이 노래의 곡의 일부다. 5·18당시 아들을 잃은 엄니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다. 전남대 김상봉 교수는 “누구에게라도 5·18은 슬픔과 분노, 공감을 일으키는 역사인데, 나훈아가 이런 이유로 곡을 만든 게 아닌지 생각된다”고 했다.

 

이 노래는 5·18을 상징하는 또 다른 노래로 불러지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 나훈아가 방송을 통해 5·18의 상흔을 알리려 한 시도는 이번 가수 정씨의 방송 출연을 통해 이뤄졌다. 정씨는 국가의 부재로 가족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눌러 담아 곡을 불렀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심정이 5·18 당시 가족을 잃은 부모들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광주 출신으로서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던 5·18 인식 개선 등에 대한 의지도 담았다.

 

그는 “이태원 참사로 만연한 아픔을 달랠 수 있는 곡에는 엄니가 제격이라 생각했다. 평소에도 들으며 눈물을 많이 흘렸던 곡”이라며 “경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아픔의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5·18 당시 시위에 참여, 한동안 사라졌다 발견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며 “5·18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당시를 직접 겪은 가족들을 통해 가족의 빈자리에 대한 아픔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5·18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겁을 먹는 일부가 있는가 하면 이야기를 회피하는 사람도 많다"며 "마치 5·18이 잘못된 것인 마냥 여겨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진상규명 등을 통해) 5·18에 대한 이야기가 더이상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광주에서 진행되는 5·18과 관련된 행사에 초청된다면 기꺼이 노래를 통해 지역민들을 위로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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