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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티 오브 조이' 원작 쓴 佛 소설가 라피에르 별세

입력 : 2022-12-06 13:05:57 수정 : 2022-12-06 13: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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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아들로 태어나 평생 세계 각국 여행
인도 콜카타의 매력에 푹… 소설로 그려내
역사 저술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로도 유명

할리우드 영화 ‘시티 오브 조이’(1992)의 원작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라피에르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 역사를 다룬 논픽션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5)로도 유명하다.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원작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라피에르(1931∼2022). 사진은 2009년 그가 펴낸 인도 관련 신간서적을 들고 책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4일 지중해에 면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생트로페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고인의 부인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더는 지켜보지 않아도 돼 우리 가족은 평온하다”고 밝혔다.

 

고인은 1931년 프랑스 서부 샤틀레이용에서 외교관 아버지와 저널리스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부모의 직업은 고인이 훗날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 삼아 작가로 대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학창시절 멕시코 아즈텍 문명에 빠져든 고인은 젊은 시절 남의 차를 얻어 타는 이른바 ‘히치하이킹’으로 미국을 일주했을 정도로 외국, 그리고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단돈 30달러를 들고 미 전역을 돌아다닌 고인의 두둑한 배짱과 기발한 언행에 흥미를 느낀 신문사 ‘시카고트리뷴’이 그에게 거액의 원고료를 주며 연재를 부탁한 것이 계기가 돼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 대학에서 유학할 기회를 얻어 경제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1950년대 들어 미국에서 프랑스로 돌아가 군복무를 마친 고인은 뛰어난 영어 실력에 힘입어 여러 매체에서 외신 기자로 활약했다. 2차대전 당시 아직 10대 소년으로 직접 전쟁을 겪지는 않았으나, 나치 독일이 조국 프랑스를 점령했던 일은 고인에겐 늘 상처로 남아 있었다. 이에 고인은 1964년 미국 작가 래리 콜린스와 공동으로 2차대전 역사서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특히 1944년 8월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미군의 도움으로 파리를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정을 고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듬해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란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고인의 대표작이 되었고, 훗날 프랑스의 거장 영화감독 르네 클레망(1913∼1996)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라피에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시티 오브 조이’(1992)가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의 포스터. SNS 캡처

고인은 평생토록 해외여행을 즐겨 일본, 홍콩, 태국, 이란, 튀르키예, 레바논, 인도 등을 돌아다녔다. 그중에서 특히 고인의 마음에 들었던 인도 콜카타에 체류하던 때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이 유명한 ‘시티 오브 조이’(1985)다. 콜카타 빈민가에서 일하는 인력거꾼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커다란 성공을 거뒀고 고인에게 소설가로서 영예를 안겼다. 제목 ‘시티 오브 조이’, 즉 환희의 도시는 그대로 콜카타의 별명이 되었다. 1992년에는 캐나다 출신 영화감독 롤랑 조페가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스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저술 등으로 번 거금을 콜카타의 자선단체에 아낌없이 기부하는 등 인도와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2008년 인도 정부는 자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로 고인에게 권위있는 ‘파드마 부샨’ 훈장을 수여했다. 고인은 20대에 미국 뉴욕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과 평생 해로했다. 리마 압둘 말라크 프랑스 문화장관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 고인을 “20세기의 목격자”라고 부르며 “우리는 위대한 작가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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