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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삼각파도’ 몰려온다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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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7 07:00:00 수정 : 2022-09-06 18: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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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고환율’과 ‘고물가’에 이어 ‘에너지 위기’라는 세번째 파도가 몰아닥치고 있다.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더 큰 위기가 밀어닥치는 형국이다. 세계일보는 7일자 지면에서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현실 및 향후 전망을 다루었다. 아울러 인구부양 부담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25년부터 현재 65세로 정해진 노인연령을 높이자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제안소식도 다루었다. 

 

◆‘삼각파도’ 몰려오는 韓 경제

 

5일(현지시간) 오펙+는 화상회의로 진행된 월례 회의 후 성명을 통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펙+ 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8월 수준(하루 4385만 배럴)으로 다시 줄게 됐다. 이 여파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3% 상승한 배럴당 88.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9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이날 서방의 제재가 철회될 때까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CNBC방송은 “오펙+의 발표와 러시아와 서방 간 에너지 분쟁이 겹치면서 유럽인들은 경기 침체와 겨울철 가스 부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우리 경제에도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발전연료 중 하나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난방이 시작되는 겨울철이 오면 도시가스 수급 등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3원 오른 달러당 1371.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는 금융위기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기준 5거래일 연속, 종가기준 4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고환율과 에너지수입 가격 상승, 반도체·중국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무역수지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무역적자 역시 247억2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경제위기가 눈앞에 닥쳤지만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대외 리스크로 인한 충격이다보니 국내 대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대책도 “모니터링 확대”, “안정적 수준” 등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데 그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상수지와 내외국인 자본흐름 등 외환수급 여건 전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라며 “높아진 환율 수준과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당분간 흐름 이어질 것“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오던 무역수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원수입국들의 공통적인 상황이지만, 유럽발 에너지 수급난과 고환율, 중국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며 적자 규모를 이례적으로 더욱 키우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6일 발표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수출 둔화와 수입 증가에 따라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무역적자의 원인에 대해 “대부분 수입단가 상승에 기인하며 중국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수출물량 둔화도 일부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454억달러 줄었다. 이 중 수출입 단가 요인에 따른 감소가 472억달러(수입단가 상승으로 -768억달러·수출 단가상승으로 +395억달러)에 달했다.

 

물량 요인 측면에서는 특히 품목 가운데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류와 정유 등 석유제품의 단가 요인이 무역수지를 353억달러 끌어내렸다. 올해 무역수지 감소 폭(454억달러)의 78%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상황은 앞으로 더 한국 경제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에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감산합의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당장 수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의 경우 겨울은 난방수요가 더해지기 때문에 하절기(일 평균 7만t)보다 많은 하루 12만t을 쓴다. 미리 많이 사서 저장해 놓으면 좋겠지만 가스라는 특성 때문에 장기 보관이 어렵다. 현재 법적 비축의무량은 9일분이다. 그러나 동절기 가스 확보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게 한국가스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물 구매분은 물론이고 장기 계약 물량도 부분적으로 미국 가스 현물시장 가격이나 유가 등에 연동되기 때문에 국제 가스 가격이 오르면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액화석유가스(LPG)를 섞어 공급하고 있으며 올겨울 석탄발전 상한 제약을 푸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고공행진하는 가스의 대체재로 국제 석탄 수요이 늘면서 석탄 가격도 크게 뛰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인 만큼 이런 담합(감산)이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겨울이 돼서 가스값 문제가 생기면 전체적으로 에너지 가격은 겨울에 다시 오를 것”이라며 “석탄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외환시장을 안정시켜 원자재 가격 인상 폭을 제어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과 밀접한 원·달러 환율도 우호적이지 않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달러 강세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유로화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 유럽 경기 악화 등으로 약세를 못 벗어나는 점, 중국 위안화가 코로나19 도시 봉쇄 등의 원인으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 등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25년부터 노인연령 10년마다 1세 ↑하자”

 

인구부양 부담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2025년부터 현재 65세로 정해진 노인연령을 10년마다 1세씩 높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언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이 깊어지는 가운데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늘어나는 기대수명에 발맞춰 노인연령을 점진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태석 KDI 연구위원(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6일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2025년부터 건강상태 개선속도를 감안해 10년에 1세 정도의 속도로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면 2100년에 노인연령은 74세가 된다”면서 “이때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 대비 노인인구의 비율은 60%가 돼 현행 65세 기준 대비 3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노인인구 기준을 2100년까지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복지급여와 관련한 생산연령인구의 세금 부담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연령을 올리자는 논의가 제기된 건 한국의 인구구조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64세 이하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을 의미하는 노인부양률은 1980년대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7년부터 OECD 평균을 초과, 2054년 이후에는 OECD 국가 중 노인부양률이 가장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약 30년 후부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처럼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빠르지만 노인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연령은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 이후 약 40년간 65세로 고정돼 있다. 현재 49개 주요 복지사업 중 49%인 24개 사업(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65세 이상’의 연령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의 건강상태가 향상돼 기대여명이 늘어나는 등 노인연령을 높일 여건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기대여명은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추정한 수치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노인연령인 65세의 기대여명은 1981년에는 14.5년이었지만 2022년 현재 21.4년으로 6.9년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기대은퇴기간과 성별·지역별·소득별 격차를 고려할 때 향후 노인연령을 기대여명 20년 기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2100년에 노인연령을 74세로 올리면 연금, 노인복지 수급기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남은 재원으로 저소득층 노인을 보다 두텁게 지원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다만 노인연령 상향과 함께 정책적 보완사항, 임금체계 변화 등 다른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에 대한 적응이 어려운 취약집단의 피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민간의 적응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사전 예고를 해야 한다”면서 “(최근에) 정년 연장이나 폐지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계속 고용제도 등을 통해 실효 은퇴연령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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