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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카터’, 움직임과 속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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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6 22:47:01 수정 : 2022-08-26 22: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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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 영화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충격받은 것은 영화가 회화나 사진과 달리 이미지가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발명자인 뤼미에르 형제는 자기들의 발명품을 ‘움직임을 기록한다’는 의미로 시네마토그래프라고 불렀고, 이들의 경쟁자였던 토머스 에디슨은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키네토스코프라고 불렀다. 즉,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양측 다 움직임을 뜻하는 그리스어 ‘시네마’(cinema-)나 ‘키네토’(kineto-)라는 어근을 넣었다.

그 이후 영화는 연극, 문학과 융합되면서 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와,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자꾸 문학을 즐기던 습성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움직임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영화의 원래 성격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춤과 노래와 같은 공연예술을 흡수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생겨났고, 중국의 무술영화도 기본적으로는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내세운 장르였다. 미국의 경우, 해럴드 로이드와 버스터 키튼이 고도의 스턴트 기술을 보여주는 무성 슬랩스틱 코미디, 서부영화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추격전, 말을 자동차로 바꾸어서 ‘패스트 앤드 퓨리어스’ 시리즈와 같은 작품이 나왔다. 최근에는 이런 자동차 추격전과 속도감만으로도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작품으로는 ‘매드 맥스: 퓨리로드’가 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정병길 감독의 ‘카터’는 스토리텔링이나 인물의 묘사보다는 카터의 액션에 집중했다. 시청자는 그런 액션을 어떻게 찍었을까를 궁금해하고 그 동작을 소화한 배우 주원의 노력에 감탄을 보낸다. 정병길 감독의 전작 ‘악녀’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와 인물 설정을 ‘니키타’와 ‘킬 빌’에서 따왔지만, 액션 연출이 워낙 뛰어나서 할리우드에서도 ‘존 윅’ 시리즈를 찍을 때 참고했다. 과거에는 서양에서 개발한 기법을 우리가 가져다 썼지만, 이제는 우리가 시도한 기법을 서양에서도 빌려다 쓰는 상황이 되었다. ‘카터’는 기본적으로 ‘본’ 시리즈의 설정을 가져와서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해서 주인공 주원이 그를 막는 모든 이들을 쉴 새 없이 무찌르는 이야기이다. 그저, 움직임과 속도를 즐기면 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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