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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대줬는데 80대母 내쫓은 막내딸 “인연 끊었다”… ‘현대판 고려장’ 사연

입력 : 2022-08-22 17:00:00 수정 : 2022-08-22 16: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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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분배 과정서 막내딸 불만 “부자인 오빠한테만 왜 자꾸 주냐”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아파트 복도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80대 할머니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는 A씨와 살던 막내딸이 유산 분배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막내딸과 막대한 유산을 미리 받은 자식들이 A씨를 외면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21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A씨는 시멘트 바닥에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은 A씨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잠을 잤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7월부터 막내딸과 2년간 같이 살던 집을 나와 바깥 생활을 시작했다. 딸은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집을 나가라고 A씨에게 통보하고 비밀번호를 바꿨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A씨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있다”고 밝혔다.

 

A씨의 딸은 집주인을 통해 어렵게 연결된 통화에서 “그게 다 엄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며 “보통 분 아니시다. 법대로 하시라. 낳아준 부모라고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고 적반하장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집주인은 “노인네 버리고 간 거지 뭐냐.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혀를 찼다.

 

갈등은 A씨의 유산 분배 과정에 막내딸이 불만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과거 남편과 동대문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제화업체를 운영하면서 큰돈을 번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 각각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씩,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그런데 A씨가 남은 고시텔 소유권마저 아들에게 넘기자 아들과 막내딸 사이 다툼이 벌어졌다. A씨 막내딸은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혼자 살던 집을 팔아 막내딸의 전세자금을 지원한 뒤 이 아파트에서 막내딸과 함께 거주했다. A씨는 막내딸과 함께 지낸 2년에 대해 “지옥이었다. 밥 같이 먹기 싫다고 해서 따로 먹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 목욕도 목욕탕 가서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씨가 생활한 방 한 칸에는 각종 즉석요리와 주방가구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A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자식 중 그 누구도 A씨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막내딸보다 비교적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큰딸과 아들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A씨가 아들의 집 앞까지 찾아갔을 때 며느리로부터 ‘돌아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문전박대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며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하소연했다.

 

A씨의 지인은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 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막내딸이 보낸 2000만원으로 스스로 생계를 이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민법에 규정돼있는 법적 의무를 자녀들이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의 경우, 존속유기죄에 해당되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좀 충격적이고 심한 건 처음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형법 제271조에는 노인과 어린이 등을 보호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는 자가 이들을 유기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배우자나 직계존속을 유기할 경우 존속유기에 해당돼 가중 처벌되는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에 처해진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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