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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한국 판타지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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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9 22:43:43 수정 : 2022-07-30 00: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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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는 도사와 신선이 등장하는 동양의 판타지와 외계인이 나오고 시간여행까지 하는 SF를 결합했다. 이 작품은 그 이음새가 매끄럽냐 여부는 차치하고 그런 시도는 일단 드물었다. 미국의 경우, ‘카우보이 & 에이리언’(2011)에서 서부영화와 SF를 결합하기도 하고, 홍콩영화 ‘위슬리전기’(1987)에서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용이 사실은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었다는 설정을 넣었다.

한국에서 주로 활용하는 판타지 장르 중에는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물이 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우연히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로 가게 되고 그 시대의 역사에 개입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때 그가 과거로 가게 된 계기는 타임머신이 아니라 불가사의한 웜홀에 빠지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H G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이 1895년 등장했는데, 이는 기계와 과학으로 시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상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프리츠 랑의 전설적인 독일 영화 ‘메트로폴리스’(1927)는 엄청난 높이의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그만큼 인간들의 계급 격차가 벌어진 미래 사회를 그리는 영화의 원형이 되었고, 미래 사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당시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그에 비해 과거로 가는 이야기들은 사극의 시각적 관습을 활용한다. 이런 경우, 미래 사회의 건물이나 의상, 사물 모습을 새로 상상하고 디자인할 필요가 없다. 한편, 미래 사회를 다룬 작품이 가끔 나오기도 하는데, ‘2019 로스트 메모리즈’(2002), ‘내츄럴 시티’(2003), ‘인류멸망보고서’(2012), ‘SF 8’(2020) 같은 작품들이 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나비’(2001)와 ‘사냥의 시간’(2020)은 특별히 미래 사회를 시각적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시각적으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가영화나 액션영화와 구분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작품은 ‘열한시’(2013)였다. 심해의 비밀 기지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타임머신을 개발해 실험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단 한 시간 앞으로 갔을 뿐인데 기지 안의 모든 사람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이제 먼 미래를 다룬 작품이 또 나올 때도 되었다. 하긴,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 활용이 상용화된 서울은 어떤 외국인들이 보기에 영화에서나 나오는 미래 도시이기에 먼 미래를 굳이 어렵게 상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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