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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생 절반 이상 “교차지원 용의”… ‘문과 침공’ 더 심해질 듯

입력 : 2022-08-01 06:00:00 수정 : 2022-07-31 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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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수험생·N수생 456명 설문

‘미적분·기하 선택이 확통보다 유리’
6월 모의평가 표준점수서도 입증돼
지난 정시 서울 10개大 절반 교차지원

교차지원 성공 이과생 61% “반수 희망”
결심 이유 “대학 레벨 상향” 최다 답변
“문과생 부담 가중… 수시 적극 지원을”

지난해 처음으로 치러진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과의 ‘문과 침공’ 현상을 낳았다. 문과 침공은 이과생이 수학 점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통합형 수능의 특성을 이용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전공에 지원해 합격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수능에서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도 이전 시험들과 마찬가지로 수학 영역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이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한 수험생에 비해 표준점수가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확률과 통계는 문과생이, 미적분·기하는 이과생이 선택한다. 교육평가기관 유웨이에서 운영하는 입시사이트 유웨이닷컴은 “2023학년도 대입에서도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 중 많은 이들이 인문계 모집단위로 교차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문과 침공’ 더 심화할 듯

31일 유웨이닷컴에 따르면 지난 14∼18일 456명의 수험생에게 ‘대입 교차지원 및 반수 의향’을 조사한 결과 미적분·기하 선택자 중 54.9%가 ‘확률과 통계 선택자보다 표준점수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정시모집에서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에는 고3 재학생 238명, ‘N수생’ 218명이 참여했고, 과목별 분포는 확률과 통계 55.3%, 미적분 39.9%, 기하 4.8%였다. 유웨이닷컴은 미적분과 기하 선택자를 이과생으로, 확률과 통계를 문과생으로 가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과학탐구 선택자를 이과생으로 가정하고 진행한 조사에서도 교차지원하겠다는 응답이 56.5%에 달했다.

유웨이닷컴은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이과생 중 교차지원하겠다는 응답은 31.3%였다. 교차지원을 고려하는 답변이 1년 만에 대폭 늘어난 것이다. 유웨이닷컴은 “문과생들을 힘들게 했던 문과 침공 현상이 2023학년도 대입에서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대입에서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문계열 정시 지원자 중 절반 이상이 교차지원한 이과생으로 조사됐다. 입시업체 진학사에 따르면 서울 10개 대학(고려대·경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지원자의 교차지원 비율은 평균 53.8%였고, 특히 서강대(77%)와 서울시립대(75%), 한양대(74%)는 교차지원 비율이 70%가 넘었다. 서강대의 경우 문·이과 통합 수능 이전부터 계열 구분 없이 전 모집단위에서 교차지원이 가능했고,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수학 반영 비율이 43.3%로 높아 교차지원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수생’도 교차지원 많을 듯

지난해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해 합격한 이과생 중 대학에 다니다가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반수’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유웨이닷컴이 출신계열별 ‘반수 희망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한 이과생이 60.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연계열로 지원한 이과생 48.9%, 인문계열로 지원한 문과생 40.4%, 자연계열로 교차지원한 문과생은 31.6%였다. 유웨이닷컴이 지난 4월 교차지원에 성공한 이과생 454명에게 반수 의향을 물은 결과에서도 27.5%가 ‘그렇다’고 답했고, 28.4%는 ‘현재 생각이 없지만 추후 재도전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교차지원한 후 반수를 결심한 이유로는 ‘대학 레벨을 올리기 위해’(63.8%)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7월 조사 결과(38.8%)보다 대폭 올라간 수치다. 이어 ‘평소 가고 싶어 하던 학과를 가기 위해’(20.0%), ‘현재 대학이나 학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15.0%)가 뒤를 이었다. ‘인문계 공부를 해서는 경쟁력이 없을 듯해서’란 답변은 1.3%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 브랜드 선호 현상이 점점 심화한다는 것, 대학 지원 시 대학의 사회적인 평판도를 매우 의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비인기학과라도 명문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 올해 주요 대학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수생들도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뒤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교차지원에 성공한 뒤 올해 또 교차지원을 통해 대학 ‘간판’을 바꾸는 것이다. 유웨이닷컴은 “지난해 이과 수험생이 교차지원을 통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경우가 있고, 그런 경험들이 공유됐다”며 “올해 대입에서도 이과 수험생이 적극적으로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인문계 지원을 노리는 문과 재학생 입장에서는 교차지원하는 이과 수험생, N수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만기 소장은 “문과 재학생들은 이과 수험생의 진입이 비교적 어려운 수시모집에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열별 특성과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정시를 노리더라도 과도한 불안감은 금물”이라며 “흔들림 없이 현재의 선택과목, 공통과목인 수학Ⅰ, 수학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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