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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게 서라”…국산 KF-21, 세계로 날갯짓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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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6 06:00:00 수정 : 2022-07-17 0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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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를 시작한 KF-­21 시제1호기가 활주로와 이어진 램프 구간을 지상활주하고 있다. 사천=사진공동취재단

첫 비행시험을 앞둔 국산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세계 시장으로 날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고식을 치른 KF-21은 지난 6일 지상활주시험을 위해 계류장을 이동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상상도로만 존재했던 국산 전투기가 20여년 만에 실제적인 형태로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개발이 진전을 이루면서 KF-21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서 우리 측에 KF-21 스펙(제원)을 문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심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려면 미국산 F-35A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공격력을 비롯한 KF-21의 주요 성능을 높이는 작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F-35의 벽을 넘어야 수출도 가능”

 

KF-21 지상활주시험이 공개된 직후 일부 외신에서는 “KF-21이 언젠가는 F-35A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전망은 실현 가능할까. F-35A는 2000년대 이후 세계 전투기 시장을 장악한,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을 포함한 16개국에서 3000여대를 도입했다. 

 

KF-21 개발을 추진해온 한국도 2014년 F-35A 40대 도입을 결정했다. 2019년 전력화선언이 이뤄졌으며, 최근에는 미 공군 F-35A와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상승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추가 도입 작업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방위사업청은 15일 제14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3조9400억원을 투입해 2023~2028년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구매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도입 기종은 F-35A가 유력하며, 규모는 20대로 알려졌다. 공군은 F-X 2차 사업과 별도로 20대를 추가 도입, F-35A 운용 규모를 80대까지 확장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35A는 KF-21보다 15년 빠른 2006년에 첫 비행을 했다. 하지만 F-35A는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벨기에는 인접국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를 제안했음에도 F-35A를 선택했다. 독일은 에어버스의 타이푼 전투기가 자국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F-35A 도입을 지난 3월 결정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의 선택도 F-35A였다. 그리스도 F-35A 도입을 공개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F-35A가 서방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은 강력한 성능, 브랜드 신뢰성, 유연한 무장탑재력 등이 요인으로 거론된다.

 

F-35A는 이스라엘에 의해 실전투입이 이뤄진 기종이다. 실전경험을 지닌 세계 유일의 5세대 스텔스기가 됐다. 

 

적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대폭 낮춘 F-35A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융합, 아군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더 작동을 방해하는 전자전 능력도 갖췄다.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한 항공무장을 다수 탑재할 수 있다. 

 

F-35A는 세계 TOP 10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롭 그루먼, BAE 시스템스 등이 개발에 참여했다. F-35A가 갖는 브랜드의 신뢰성이 탄탄한 셈이다. 재정적 여건이 된다면, 성능과 신뢰성을 겸비한 기체를 원하지 않을 국가는 없다. F-35A를 원하는 수요가 지속되는 이유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신뢰성 높여야 수출도 탄력받아

 

KF-21은 어떨까. KF-21은 201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탐색개발 당시부터 해외  수출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다. 2026년 양산을 앞둔 만큼 지금부터 수출 드라이브를 걸어야 초기 양산 단계에서 많은 물량을 확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F-35A를 비롯해 KF-21이 경쟁해야 할 기종이 많은 상황에서 현재 여건상 순조로운 수출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보다 먼저 전투기를 개발한 중국조차도 전투기 수출은 난제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개발한 JF-17은 중국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절충교역 제안에도 공동개발국인 파키스탄을 제외하면 나이지리아, 미얀마 등에 소량이 판매됐을 뿐이다. 

 

아르헨티나에 JF-17을 판매하려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에선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중국산 전투기 성능과 정비 등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9년 공개한 방위산업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TOP 25에 중국 방산업체가 4개가 있다. 그런데도 중국산 전투기는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보다 열세인 한국은 사정이 더욱 어렵다. KF-21 개발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이 세계 방위산업체 순위에서 4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체계개발을 담당하는 KAI는 50위권에 머물러 있다.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더 뒤진 상태다.

 

지난 6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를 시작한 KF-­21 시제1호기가 활주로와 이어진 램프 구간을 지상활주한 뒤 테스트 파일럿이 하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천=사진공동취재단

F-35A와 중국산 전투기 외에 다른 기종을 생산하는 유럽과 미국 방산업체는 한국,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 개발에 참여한 닷소와 탈레스는 17위, 14위다. F-15 중에서도 최신형인 F-15EX를 만드는 보잉은 록히드마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타이푼 전투기 제작사 에어버스도 13위다.

 

이들 업체는 오랜 기간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개발, 방위산업 시장에 출시해 고객의 평가를 받았다. ‘이름값’에 의한 브랜드 신뢰성이 있는 셈이다. 기술과 후속군수지원 등에 대한 신뢰도 더해진다.

 

KF-21이 라팔, F-15EX, 타이푼, JF-17 전투기를 제치고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신뢰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해외 선진 업체와 제휴를 맺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KF-21의 성능을 보증할 ‘보증인’을 확보해 잠재적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중인 일본은 영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기체의 신뢰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인도 공군 소속 라팔 전투기가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영국의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인 템페스트와 일본 F-3가 단일 프로젝트로 통합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영국은 유럽 판매를, 일본은 아시아 세일즈를 담당한다. 

 

세계 방위산업계를 주도하는 BAE 시스템스(영국)와 미츠비시중공업(일본)이 손을 잡는 셈이다.

 

KAI도 유사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KAI는 지난달 록히드마틴과 T-50 계열 항공기 1000대 이상 판매에 협력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미국 전술 입문용 훈련기 사업을 염두에 둔 합의라는 평가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미 공군과 해군에 제시할 FA-50 경공격기 제작과 마케팅, 설계, 기체 개량, 공장 신증설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는 전략협의체 실무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앞서 KAI는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 참여할 때,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T-50A 훈련기를 제안한 바 있다. 

 

KF-21도 이와 유사한 협력을 진행, 해외 업체를 앞세워 잠재고객의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성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외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응할 수 있도록 항공무장 탑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KF-21은 공대공 미사일 2종, 공대지 폭탄 9종,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된다.

 

문제는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항공무장이 쓰인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서 KF-21 구매를 원하는 제3국이 영국산 미티어와 독일산 AIM-2000 대신 미국산 AIM-120과 AIM-9X 장착을 원한다면, 이를 단기간 내 충족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독일 공군 소속 타이푼 전투기가 격납고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다른 항공무장도 마찬가지다. 공대함 하푼 미사일이나 이스라엘산 정밀유도폭탄 장착을 구매 대상국이 요구하면, 현재로서는 체계통합 계획을 제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2000년대 초 한국이 F-15K 도입 결정 과정에서 타이푼과 라팔, SU-35를 구매하지 않은 것도 항공무장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국 공군이 원하는 수준의 항공무장 탑재가 어려웠던 탓이다. 

 

타이푼 등은 무장 탑재와 관련, 자사의 계획을 제시했으나 한국 공군은 전력화 즉시 다수의 항공무장 사용이 가능한 F-15K를 선택했다. KF-21 구매 제안을 받은 제3국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KF-21과 경쟁할 기종들은 다양한 항공무장을 사용한다. F-35는 미국산 AIM-120과 AIM-9X, 영국산 미티어와 아스람을 공대공 무장으로 장착한다. 공대지 무장도 미국과 유럽산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타이푼 전투기는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등의 항공무장을 쓴다.

 

지난 6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를 시작한 KF-­21 시제1호기가 활주로와 이어진 램프 구간을 지상활주하고 있다. 사천=사진공동취재단

이같은 전례를 참고해 KF-21도 미국과 유럽산 무장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DD가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수출 과정에서 변수가 된다. 잠재적 고객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무기를 신뢰하기 어렵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투기를 구매하려는 고객은 보수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신뢰성이 입증된 무장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추세에 부응해 세계 시장에 이미 출시된 타우러스, 스톰 섀도우, NSM 등을 비롯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선택, KF-21 구매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수요에 대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군에서 소요가 없다는 이유로 항공무장 추가 장착에 소극적인 모습을 취하면, 미래 전투기 시장은 F-35A와 라팔, JF-17 등에게 빼앗길 수 있다.

 

공군의 소요와 해외 수출 촉진을 동시에 고려해 항공무장을 늘리고, 잠재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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