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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접종 인구 40%인데… 코로나 백신이 버려진다 [이슈+]

입력 : 2022-07-12 17:00:00 수정 : 2022-07-12 15: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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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2억회분 이상 코로나19 백신 폐기 가능성”
스위스선 인구 대비 4배 물량 남아 버려지고 있어
독일, 캐나다 등도 올해 수백만회분 백신 폐기 처분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잔여 백신 1877만회분 남아
사진=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당시 백신 확보에 열을 올렸던 선진국들이 이제는 잔여 물량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들어 백신 접종률이 정체 양상을 보이자, 그동안 백신을 과도하게 선주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백신이 넘쳐서 버려지는 상황이지만, 전 세계 인구 가운데 40%는 아직 백신을 한번도 접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서 남아도는 코로나 백신…골칫거리로 전락

 

12일 글로벌 시장분석사인 에어피니티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에는 2억410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사용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보고서는 이 물량이 얼마나 더 접종됐는지는 추적하지 않았으나, 올해 3월 이전에 사용 기간이 만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기간 사용되지 않은 백신은 모두 폐기처분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백신 확보 경쟁으로 인구 대비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확보한 유럽 등 선진국들 때문에 저개발 국가에 백신이 제공될 기회가 사라졌다고 스위스 시민단체 퍼블릭아이 등은 지적했다. 

 

스위스 매체 스위스인포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스위스 내 잔여 백신이 약 3800만회분 있으며 일부는 사용 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실정이다. 스위스 인구가 약 870만명인 걸 고려하면 인구의 4배가 넘는 물량이 사용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것이다. 스위스 연방의회는 지난달 도입 전 주문 상태인 백신 물량 1400만회분 가운데 절반을 줄일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기한이 만료된 백신 390만회분을 폐기했고, 캐나다 역시 120만회분의 모더나 백신과 1360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미사용한 채 버리기로 결정했다. 퍼블릭아이는 “백신 조달 물량이나 구매액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전체 백신 생산량 70% 이상 G20이 독점”

 

BBC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코로나19 백신은 110억회분이 생산됐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성인이 두 번씩 접종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인구의 40%는 아직 단 한 번도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자금조달 대사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지금도 전체 백신 생산량의 70% 이상이 G20 국가들에 돌아간다. 이는 나머지 175개국은 그냥 소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결과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접종률 60%를 달성한 반면, 저소득 국가의 평균 접종률은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코백스)가 2020년 빈곤국의 균등한 백신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지난해 상반기 백신 확보 경쟁은 치열했다. 당시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백신 선점에 나섰고 나머지 국가들은 소외됐다. 예를 들어 2021년 4월 영국은 인도의 생산 공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00만회분을 주문했지만, 5월 중순까지 인도에선 매일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인도는 그 후 백신 수출을 금지했다. ‘비협조’를 이유로 인도의 코백스 순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선진국의 잔여 백신 기부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기부에 의존하면서 공급은 일정치 않았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아프리카인구보건연구센터(APHRC)의 캐서린 교부퉁기 박사는 “케냐는 당초 예상했던 300만회분의 기부 백신 중 실제로는 110만회분 만을 받았다”며 “그 후 3개월 동안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정치 못한 공급 때문에 케냐의 백신 접종 계획은 수시로 변경됐으며 교부통기 박사는 이에 따라 백신 접종 장려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말한다. 케냐에서는 지난해 10~11월에서야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케냐 시골 지역의 접종률은 5%에 가깝다.

 

더구나 선진국으로부터 기부받는 백신은 유효기간이 임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월, 우간다는 모더나 백신 50만회분 중 40만회분을 유효기간 내에 접종할 수 없어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12월 백신 100만회분을 폐기하고 유효기간이 임박한 백신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정부 올해 코로나19 백신 1665만회분 환불 받을 예정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백신 잔여 물량을 고려해 추가 백신 공급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백신 수급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올해 약 1억6000만회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약 2700만회분이 도입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이월된 물량을 더하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재고량은 총 1876만8000회분이다. 백신 종류별로 화이자 1137만9000회분, 모더나 402만5000회분, 얀센 198만5000회분, 노바백스 31만5000회분이 있다. 소아용 화이자 백신은 106만5000회분이 남았다. 현재까지 유통기한 등 문제로 폐기된 백신은 총 49만3687회분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얀센 백신 400만회분과 ‘코백스’를 통한 백신 1265만회분 등 총 1665만회분에 대해 추가 도입하지 않기로 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에도 모더나 백신 600만회분에 대한 계약을 축소한 바 있다. 이렇게되면 얀센 백신은 현재 남아있는 백신 외 추가적인 공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백신은 오는 3분기에는 백신을 공급하지 않도록 협의했다. 모더나 백신도 공급 일정을 조정 중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공급 기한을 내년 말까지로 조정하고 국산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은 2024년 6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백신 여유분은 다른 국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최근 가이아나와 멕시코에 각각 모더나 4만회분, 화이자 80만회분의 백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개량 백신이 출시될 경우 신속한 국내 공급을 위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약사들과 협의 중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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