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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와 먹는 캐비어… 첫 키스와 같은 ‘설렘의 맛’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2-06-25 12:00:00 수정 : 2022-06-24 19: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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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식재료 ‘철갑상어의 알’ 세계적 진미
주로 카나페 위에 올려먹거나
차가운 요리의 ‘화룡점정’ 역할

생체시계 거꾸로 가는 주인공
러시아에서 한 여인과 비밀 데이트
둘만의 만찬에 캐비어 등장
처음 맛보는 그 묘한 표정 인상적
캐비어와 아뮤즈부쉬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데이비드 핀 감독의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영화로 80대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이다. 영화는 노쇠해 병실에 누운 채 이별을 기다리는 여주인공의 과거 회상 이야기로 시작한다.

1차 세계대전 말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80세의 노인 모습을 한 아기가 태어난다. 충격에 빠진 아버지는 아기를 양로원 앞에 버려두고 가는데, 너무나 특이했던 그 아기의 모습은 오히려 양로원의 노인들 사이에서는 평범하게 지낼 수 있었다.

기구한 운명임에도, 또 사람들의 무시 아닌 무시 속에서도 주인공은 조숙하게 자라나는데 바로 양부모의 사랑과 헌신, 또 양로원에서 지낸 시간 동안 하늘로 떠나는 노인들과의 이별에 익숙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가던 주인공은 자신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거꾸로 젊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름이 적어지고 관절염도 사라져 갔으며 어두웠던 시력도 밝아지기 시작한다. 청년이 된 주인공은 양로원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고자 한다. 아직도 60대 외모인지라 여기저기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러다 다소 거칠지만 정이 있는 선장을 만나 뱃일을 구하게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된다. 거꾸로 가는 그의 시간은 오히려 역동적인 그 나이 때의 사람들보다 차분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던 양로원에서의 삶과 남들보다 조숙한 그의 외모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한 장면

#러시아에서의 사랑 그리고 캐비어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인생을 경험하던 벤자민 버튼은, 러시아에 정박해 겨울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 주인공의 죽음에 의한 이별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내려왔던 로비에 책을 보고 있던 틸다 스윈튼과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추운 겨울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던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비밀 데이트를 즐긴다. 내내 차분했던 주인공의 내레이션 중 가장 기대감이 드는 말투가 느껴지는 건 이때가 아닐까 싶다. 그녀와 데이트를 회상하는 벤자민의 대사는 시처럼 감미롭다. “한밤중의 호텔은 마법의 성과 같다. 쥐가 뛰어다니고 난방기가 스팀을 내뿜고 커튼은 흔들리고 세상은 평온하고 마음은 편안했다.”

거꾸로 가던 벤자민의 시간 속에서 이 순간이 얼마나 따뜻하고 애처로웠는지 알 것 같은 내용이다.

그들은 호텔에서 늦은 밤마다 밀회를 즐긴다. 겉모습은 60대이지만 정작 20대 초인 벤자민은 캐비어를 처음 먹어보는데 그 표정이 정말 묘하다. 설상가상으로 캐비어는 고대 페르시아의 시에서는 성적인 의미를 뜻하기도 했다. 처음 먹어본 캐비어처럼 느껴본 감정과 첫 키스, 그리고 그 만남들 또한 미묘한 감정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

연어 타르타르

#캐비어 종류

캐비어는 일반적으로는 철갑상어의 알을 염장한 것을 뜻하나 다른 어종의 알이나 비슷한 모양의 요리 모양 같은 것들도 폭넓게 캐비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어 알은 ‘레드 캐비어’라고 표현하고 가지의 속을 파내 다진 것도 ‘가지 캐비어’로 부르기도 한다. 캐비어는 주로 카나페 위에 올려 먹거나 차가운 요리의 화룡점정처럼 올라가기도 하는데 영화에서처럼 보드카와 함께 그냥 먹기도 한다.

철갑상어 캐비어는 크게 3종류로 알 크기도 가장 크고 또한 비싼 진줏빛을 띠는 벨루가 캐비어, 알 크기는 중간이며 견과류 풍미가 도는 오세트라 캐비어, 알 크기는 작고 암회색을 띠며 독특한 풍미를 가진 세브루가 캐비어가 있다.

 

■레드 캐비어를 올린 연어 타르타르 부르스케타

<재료>

받침용 타르트 또는 구운 식빵 1개, 연어 50g, 다진 양파 10g, 레몬 제스트 조금, 삶아 으깬 계란 10g, 딜 조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조금, 날치알 5g, 연어알 조금

<만들기>

(1) 받침용 식빵은 노릇하게 구워 준비한다.(2) 연어는 0.3cm 정도로 다져준 후 다진 딜, 날치알, 양파, 제스트, 계란에 버무려 준다. (3)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식빵 위에 얹어 준다. (4) 마지막으로 연어알을 올려 마무리해 준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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