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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식량 위기 고조시켜 ‘헝거게임’ 즐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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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2 14:00:00 수정 : 2022-06-12 13: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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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밀 수출 중단에 굶어 죽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젤렌스키 "우릴 돕지 않으면 전 세계에 극심한 기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곡창지대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밭에 화재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삽 한 자루와 차단막에 의존해 목숨을 걸고 불을 끄는 모습. 우크라이나 외교부 SNS 캡처

“러시아가 전 세계를 상대로 ‘헝거게임’(hunger games)을 즐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확 및 수출을 막아 전 세계를 기아에 빠뜨리고 있는 러시아의 행태를 ‘헝거게임’이란 용어를 써가며 맹비난했다. 201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은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속편들이 제작되고 있는데,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약육강식의 잔인한 시합을 소재로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많은 개발도상국이 식량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원인 제공자인 러시아는 마치 게임을 하듯 이 상황을 즐긴다는 힐난이 담긴 표현이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곡창지대 한가운데에 불이 붙자 우크라이나 군인 2명이 재빨리 달려가 진화를 시도하는 약 40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군인들은 소화기, 방화복 등 제대로 된 소방 장비도 없이 삽 한 자루, 그리고 허술한 차단막만 갖고서 불을 끈다.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무척 위험해 보인다. 영상이 찍힌 곳은 러시아군이 일부를 점령한 남부 헤르손 지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과 함께 게재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헤르손 지역의 한 밭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구하러 달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농업을 타깃 삼고 식량 수출까지 막으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헝거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주요 밀 수출국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밀에 식량을 의존해왔다. 그런데 러시아가 해군력을 동원해 흑해 및 아조프해에 면한 우크라이나 항구도시들을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산 밀 등 곡물의 해외 수출길이 막혔다. 러시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에서 수확한 밀의 이동을 금지시키거나 아예 무력으로 빼앗아 자국으로 실어가 버리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화면 속)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자들을 상대로 화상연설을 하는 모습. 싱가포르=AFP연합뉴스

전쟁으로 밀 값이 폭등한 것은 물론 아예 국제시장에 나오는 밀의 물량 자체가 줄자 위기감을 느낀 일부 국가는 ‘식량 안보’를 들어 자국산 밀 등 곡물의 해외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가뜩이나 힘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량을 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가뭄이 극심한 북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배고픔에 허덕이다 죽어가는 아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보고서에서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식량 수입국들이 치솟는 국제 식량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식량이 부족한 나라를 떠나 미국이나 서유럽 등으로 이주를 시도하는 이른바 ‘식량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국제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서방의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노리는 게 바로 그 점”이라며 “수십, 수백만명의 식량 난민이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쇄도하는 경우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 반전(反戰) 여론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결국 서방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풀고 우크라이나의 항전도 조기에 끝내자는 쪽으로 방침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화상으로 행한 특별 연설에서 “러시아가 흑해 및 아조프해의 항구들을 봉쇄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세계 시장에 수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봉쇄 때문에 우리가 곡물을 수출하지 못한다면, 많은 국가가 극심한 식량 위기 및 기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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