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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긴 당신께 ‘노래공양’ 바칩니다”

입력 : 2022-06-07 20:29:20 수정 : 2022-06-07 20: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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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투어 나선 ‘노래하는 사람’ 장사익

평택·구리 등 ‘문화 소외지역’ 골라
소박한 공연장서 ‘힐링’ 선사

“성대 수술 후 새 발성법 익혀
10시간 노래해도 목소리 안 변해”
‘가장 한국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 장사익이 “10월 정기공연에 앞서 전국투어 공연 ‘장사익과 친구들 <여행>’을 맛보기로 진행한다”며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잘 견뎌낸 사람들에게 바치는 음성공양으로,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해주고 행복해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그래서 밤새워 울다 춤추다 날아가는 찔레꽃 같은 우리 삶. 희로애락을 모두 담고 있는 한(恨)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노래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삶의 여러 현장을 전전하다 장년이 되어서야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에 등떠밀려 무대에 오른 그의 삶은 극적이다. 지금 다시 전국투어 공연 ‘장사익과 친구들, 여행’에 나선 올해 일흔네 살 ‘예인(藝人)’ 장사익 이야기다.

“사람들끼리 심란한 시간들 벗어버리고 같이 손 붙잡고 여행하자는 의미로 이번 전국투어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3년 7개월여 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불러달라던 장사익은 이번에 자신을 ‘굿쟁이’에 빗대 표현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홍지동 자택에서 그는 “음악이든지 굿이든지, 예술이든지 사람들이 힘들 때 위로해주고 위안을 주고, 한을 풀어줘야 그 의미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굿쟁이 아닌가. 이럴 때 나서지 않으면 어떡하냐”라고 말했다.

예인 장사익은 194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무역회사, 전자회사, 가구점 등 40대까지 15군데 넘는 직장을 전전했다. 카센터를 운영하던 40대에 딱 3년간만 어린 시절 꿈이었던 음악을 해보기로 한다. 이미 1980년부터 단소와 피리, 대금산조와 태평소 등을 배운 상태였다. 그리고 태평소에 전념한 장사익은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KBS 국악대제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태평소 연주자로 이름을 떨쳤다. 이제 전설이 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서 울려퍼진 태평소 소리도 그의 솜씨다. 그러면서 함께 어울리던 국악인 등과 무대 뒤풀이자리에서 유명해진 그의 노래는 음반 제작으로 이어진다. 동료 등쌀에 밀려 녹음실에 들어간 장사익은 6시간 만에 자전적 이야기 ‘찔레꽃’, 광천지방에서 부리는 상여소리를 재해석한 ‘하늘가는 길’ 등을 단숨에 쏟아냈다. 임동창의 물결 같은 피아노가 어우러진 이 음반은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그는 영역을 정의하기 힘든 가수로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 4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시작으로 70대 가객은 앞으로 11일 구리아트홀, 18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펼친다. 2018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등에서 전국투어 공연 ‘자화상 七(칠)’을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박하다. 장사익은 “평택, 구리는 공연을 해보지 못했던 공연장으로,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서울, 수원, 인천 등에 묻혀 문화적으로 소외받던 곳”이라며 올해 첫 전국 투어를 이곳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부산 벡스코가 아니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선택한 데에는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2014년 이곳에서 공연할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 달도 안 됐을 때여서 공연을 접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슬프고 어려울 때 위로해 주고 힘이 되어줘야 하는 게 노래라는 생각에, 노란 리본으로 무대를 꾸며 사람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위로했습니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겨울을 우리는 헤쳐왔습니다. 이제 봄이 왔어요. 움츠리고 위축됐던 몸, 정신을 피고 봄이 왔다는 것을 둘러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오자 장사익은 “‘인간(人間)’은 사람들(人) 사이(間)에 있는 존재”라며 “그런 우리가 코로나19로 관계가 단절되고 막히다 보니 숨을 못 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은 10월에 있을 정기 공연에 앞선 맛보기라고 설명했다.

“10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주제로 정기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여행’은 정기 공연 전에 컨디션 조절도 하고, 제가 이제부터 공연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주제나 노래가 무겁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같이 했던 정재열 음악감독을 위주로 한 재즈밴드, 타악 연주자들, 아카펠라 ‘솔리스트’ 멤버 등이 함께 합니다. 공연 전체가 3이라면 저는 2, 나머지 1은 같이 출연하는 친구들에게 배분했습니다.”

장사익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장사익은 2020년 성대에 혹이 생겨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2016년 처음 수술한 뒤 2018년에 이어 3번째다. 그는 “마라톤 선수한테 다리가 성하지 못하니 달리지 말라는 것과 같았다”며 “남들이었다면, 특히 노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면 치명적이었을 건데 나는 다행히 아직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기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게다가 그는 심지어 당시 수술로 새로운 창법, 발성법까지 습득할 수 있어서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장사익은 “목만 사용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성악처럼 배의 힘으로 노래를 부른다”며 “2∼3시간 노래를 부르면 목이 쉬었는데, 지금은 10시간 내내 노래를 불러도 목소리가 안 변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예상하지 못한 활동 중단과 3번째 성대 수술.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웃으며 담담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즐거움보다 어둡고 힘듦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도 예상 못 했죠.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잘 이겨냈습니다. 칭찬하며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음성공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상 등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목소리를 바치는 거죠. 저는 제 노래, 소리를 잘 바쳐서 드리겠습니다. 듣고 좋아해주시면 됩니다. 행복해주시면 그만입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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