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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당시 화제 모았던 작품들…새로움 더해 다시 무대로

입력 : 2022-06-06 07:00:00 수정 : 2022-06-06 02: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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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출연 배우, 포스터. 커넥티드 컴퍼니 제공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 새로운 맛을 가미해 잇따라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관객모독’

 

6일 공연계에 따르면,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7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서울 중구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젊은이가 뇌사 판정을 받고, 그 부모의 동의를 거쳐 장기가 기증되기까지 24시간의 기록을 다룬다. 장기기증 당사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시선을 파편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2019년 초연한 뒤, 지난해에 이어 약 1년 만에 세 번째로 마련한 무대다. 민새롬 연출, 임수현 번역가, 박승원 음악감독 등 초연에 참여했던 창작진과 스태프가 다시 뭉쳤다. 배우 손상규와 윤나무가 초·재연에 이어 다시 출연하고, 드라마 ‘괴물’과 넷플릭스 ‘지옥’, 연극 ‘마우스피스’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신록과 뮤지컬 ‘렛미플라이’, ‘맨 오브 라만차’, 연극 ‘오만과 편견’, 드라마 ‘서른, 아홉’ 등에서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 김지현이 새로 합류한다.

 

‘양손프로젝트’ 멤버이자 연극 ‘전락’, ‘오슬로’, ‘메디아’ 등에서 호평 받아온 손상규는 “작품 속 두근거리는 마음, 생의 에너지, 계속 진행되는 각자의 일상이 저를 위로하고 안심시켰듯 관객들께도 좋은 의미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극과 뮤지컬, 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윤나무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만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새롬 연출은 “이 작품의 대본은 한 청년의 심장이 타인에게 이식되는 과정 속에 일상적인 혹은 비일상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인물들의 삶의 순간을, 폭발적인 문학적 수사를 사용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며 “지난 두 시즌의 연장선 속에서 각 인물에 대한 해석, 인물을 연기하는 태도가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참여한 배우들과 함께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연극 ‘관객모독’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태생 극작가 페테 한트케의 대표적 희곡인 ‘관객모독’은 1978년 극단 76의 기국서 연출에 의해 공연된 이후,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 온 극단 76의 레퍼토리 공연이다. 올해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젊고 패기있는 11명 배우가 돌아가며 무대에 선다.

연극 ‘관객모독’ 포스터. 팀플레이 예술기획 제공
연극 ‘관객모독’ 출연 배우들. 팀플레이 예술기획 제공

공연은 시종일관 배우 4명이 무대 위에서 연극과 언어에 대해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공연 에서 볼 수 있는 연극적 스토리, 인물 설정이나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연극 형식에 익숙한 관객들은 당혹감과 충격을 받게 된다. 형식의 파괴, 배우들이 쏟아내는 셀 수도 없이 많고 강한 욕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과 같은 장치가 관객들을 자극시키고 반응하게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번 ‘관객모독’은 국가 기관의 지원금이나 순수 극단 자체 예산으로 제작하는 연극계 관행과 달리 극단 76과 기국서 연출의 팬이 기부해준 후원금으로 제작한다. 7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티스탄홀. 

 

◆국립무용단 ‘회오리’…핀란드 헬싱키댄스하우스 첫 해외 초청작 선정

 

국립무용단은 외국 안무가와 협업해 내놓았던 ‘회오리’(VORTEX)를 오는 2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다시 올린다. 이 작품은 오는 9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유럽 팬들도 만난다.

 

국립무용단이 전통무용 저변확대와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2014년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손잡고 내놓은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전통춤의 원형에서 파생된 이국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움직임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공연과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 초청공연, 국내에서 세 차례 재공연을 거치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총 3장으로 구성된 ‘회오리’는 ‘블랙’과 ‘화이트’, 두 커플의 매개자인 ‘샤먼’ 등 주역 5명이 이끄는 구조로, 모두 21명 무용수가 출연한다. 춤과 더불어 독특한 분위기의 무대·조명·의상·음악이 어우러지며 우리 전통춤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회오리’ 포스터. 국립무용단 제공

디자이너 에리카 투루넨은 한복과 부채에서 영감을 얻어 의상을 만들었다. 부채를 연상시키는 주름 날개 의상 속에 마이크를 숨겨 무용수가 일으키는 바람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진다.

 

무대미술을 맡은 미키 쿤투는 무대 바닥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 모노톤의 의상과 강렬한 대조를 꾀한다.

‘범 내려온다’를 만든 장영규의 음악은 가야금· 피리·해금 등의 라이브 연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생동감을 더했다.

 

이 작품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국립무용단의 해외 공연도 재개된다.

 

지난 2월 문을 연 핀란드 최초의 무용 전문 공연장인 헬싱키댄스하우스가 최초의 해외 초청작으로 ‘회오리’를 선정했다. ‘회오리’를 안무한 테로 사리넨은 국립무용단을 통해 “‘회오리’의 핀란드 공연은 헬싱키 댄스 하우스를 지을 때부터 추진해왔다”며 “이 작품을 핀란드 무대에 선보일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은 이번 공연에 앞서 다음달 9일 저녁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회오리’의 오픈 클래스도 연다. 작품의 주요 장면을 소개하고 주요 출연진 및 해외 제작진과의 화상대화에 이어 직접 춤을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


1990년대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귀가를 재촉해 ‘귀가 시계’로 불렸던 드라마 ‘모래시계’가 2017년 뮤지컬로 만들어진 뒤 5년 만에 다시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해 지난달 26일 막을 올렸다. 24부작 드라마를 2시간 30분짜리 뮤지컬로 압축하면서 당대 최고 스타였던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이 각각 맡았던 태수, 우석, 혜린의 관계에 집중했다.

 

드라마 속 이정재가 맡았던 재희 캐릭터는 묵묵히 혜린을 지켜주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뮤지컬에선 볼 수 없다. 세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면서 혜린이 누군가에게 지켜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대신 시대의 기록자가 될 영진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드라마에서 이승연이 연기한 기자 캐릭터로 실제 캐릭터와는 약간의 차이를 뒀고, 후반부에 혜린과 영진이 협력하는 장면을 추가했다.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 장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동연 연출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가치나 메시지가 훌륭하고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많이 고민했다”며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어떤 인물은 배제되고, 어떤 인물은 드러나게 했다. 사건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기에 가사와 장면 안에 편집하거나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박해림 작가는 “모래시계라는 반복되는 역사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로 넘어갈 텐데 그때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큰 주제는 건드리지 않았다”며 “각색할 때 재희를 과감히 삭제해 세 인물의 관계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시대를 기록하고 다음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영진 캐릭터를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세 사람의 고민과 방황, 우정을 넘버에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15인조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와 관악기의 비중을 높여 서정적인 느낌을 살렸다. 드라마에서 들은 익숙한 음악이 아닌 뮤지컬만의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박정아 작곡 겸 음악감독은 “주인공인 세 캐릭터를 살리고 종도와 영진 캐릭터가 들어가면서 뮤지컬 어법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익숙한 음악은 사용하지 않았다”며 “각 캐릭터의 솔로 넘버에 귀 기울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2017년 초연 후 5년 만에 돌아왔지만, 새 프로덕션과 창작진으로 무장해 새로운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다. 박 음악감독은 “이번이 초연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다. 대본도, 음악도 모두 새롭게 바뀌었다”고 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힘을 가지고 싶었던 태수 역은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이 연기한다. 태수와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의 정의가 되고 싶었던 신념의 검사 우석 역은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이 맡는다. 자신의 운명 앞에 당당하게 맞서는 혜린 역은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가 출연한다.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8월14일까지. 

 

◆초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전회 매진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1998년 초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전회 매진과 24회 공연에 10만명 관람 기록을 써낸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가 지난 4월 김해를 시작으로 대구, 인천, 경주에 이어 오는 12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한다.

이번 시즌은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한 남자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려내는 동시에 어머니와 아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로 한국의 정서를 담아낸다.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포스터.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아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하며 어떤 고난도 받아들이는 어머니 ‘분이’(양금석·강효성)의 이야기는 부모의 깊은 사랑을 전한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진호’(정운택·임호)를 통해 우리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변사 ‘촐랭이’ 역에는 코미디의 대부 임하룡이 나선다.

 

‘옥자’ 역에는 ‘미스트롯’ 출신 강예슬과 ‘품바 여신’ 김추리가, 애리 역은 트로트계 샛별 금은별이 맡는다. 새롭게 등장하는 민규 역에는 ‘미스터트롯’ 출신 양지원이 출연한다.

 

◆동심 겨냥한 어린이 뮤지컬 ‘점박이 공룡대모험 : 뒤섞인 세계’

 

2019년 창작 뮤지컬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한 ‘점박이 공룡대모험 : 뒤섞인 세계’(이하 ‘점박이’)가 올 여름방학 시즌에 어린이들과의 공감대를 확장한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 온다. 국내 최고의 가족 뮤지컬로 손꼽히는 ‘넌 특별하단다’의 연출가이자 아시테지 연극제 연극상 수상 경력의 홍경숙 연출, 뮤지컬 ‘구름빵’, ‘빨래’ 등 히트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신경미 작곡가, 차범석 희곡상 수상자이자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모래시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을 쓴 박해림 작가 등 국내 정상급 스태프가 함께 한다.

어린이 뮤지컬 ‘점박이 공룡대모험 : 뒤섞인 세계’ 포스터.

‘점박이’는 BJ똥방구의 ‘공룡 세계 퀴즈쇼’ 애청자이자 어딘가에는 여전히 공룡이 살고 있다고 믿는 8살 ‘수진’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수진은 간절히 원하면 ‘시간의 문’이 열려 공룡 세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 꿈 많은 아이다. 그러던 중 운석이 떨어진 날 ‘시간의 문’이 열리게 되고, 공룡으로 변한 수진은 새로운 세계에서 공룡 친구 ‘막내’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수진은 운명처럼 만난 ‘비밀 친구’ 막내의 잃어버린 아빠 ‘점박이’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모험의 여정을 담았다. 만 24개월 이상부터 관람 가능하며 러닝 타임은 약 60분이다. 7월 16일부터 8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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