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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돌고래 폐사…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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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7 15:08:44 수정 : 2022-05-17 15: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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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과 다른 환경에 평균 수명 다하지 못하고 사망
10년간 수족관서 31마리 폐사… 2021년에만 5마리
2019년 5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해안가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40.”

 

바다를 활보하는 돌고래의 평균 수명이자 하루 이동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다. 돌고래는 통상 최소 20년에서 길게는 50년 넘게도 산다. 넓은 바다에 사는 돌고래는 하루 동안 40km 가까이 헤엄친다. 수심 700m까지 잠수하기도 한다.

 

습성은 다양하다. 새끼 돌고래는 태어나 어미에게 4~8년가량 의존한다. 돌고래가 공유하는 문화는 세대 간 전달되며 새끼를 키우는 모성 본능 역시 학습의 과정을 겪는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만큼 복잡한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지능이 높아 기억력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둘러싼 좁은 수족관에서 지내는 돌고래들의 삶은 야생과 다르다. 40㎞ 먼 바다로 나갈 수도 없이 같은 공간을 맴돌아야 하고, 무리 생활을 할 가족도 없다. 수족관 속에 전시된 돌고래들은 이런 생활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평균 수명을 살지 못하고 잇따라 사망한다. 10대가 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것이 상당수다. 17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는 31마리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5마리의 돌고래가 죽음을 맞이했다.

 

멸종위기종인 벨루가 등 돌고래의 폐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수족관 고래류에 대한 보호·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는 22마리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 벨라(암컷, 10세).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동안 고래류 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다. 큰돌고래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는 등 제도 개선이 있었다. 실제 일부 수족관에 전시돼 있던 돌고래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대책이 미흡하고, 남아 있는 돌고래들에 대한 보호·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지난해 5마리의 고래가 죽음을 맞이했다. 또다시 비극이 반복됐다”며 “고래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 마련과 실행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돌고래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하면서도 세밀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동물자유연대가 공동 개최한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나오미 로즈 미국동물복지연구소 해양포유류학 박사는 “돌고래의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포획된 장소 및 원래 서식지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지역으로 방류한다면 그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떠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돌고래가 정상적 활동을 하면서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행동관찰 기록을 살피고, 야생에서 사냥 능력이 있는지 증명한 후 돌려보낼 필요가 있다”며 “최소 3개월 이상 모니터링을 한 후 방류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각적인 방류가 어려운 만큼 충분한 적응을 위해 생크추어리(Sanctuary, 바다 쉼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생크추어리는 일종의 보호시설로, 바다 동물의 경우 수질 오염이 없고 넓은 바다에 사육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야생에서의 생활이 어렵다면 위태로운 수족관에서의 삶을 벗어나 바다에 조성된 생크추어리에서 삶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6곳 수족관 고래 22마리의 바다 방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로리 마리노 웨일생크추어리프로젝트 대표는 “바다로 돌아갈 수 없는 돌고래의 대부분은 수족관에서 태어났거나, 수족관에서 산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생존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크추어리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건강 관리와 함께 풍부한 자극을 주고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미국, 캐나다 등에 고래를 위한 생크추어리가 조성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수족관 고래류 보호시설 예산을 신청했지만, 최종적으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단체들은 울산, 제주, 여수 등의 지역 중에서 바다 쉼터를 조성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은 동물원·수족관 보유동물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돌고래 등 전시에 부적합한 종의 도입을 금지하는 전시부적합종 규정과 체험 프로그램 금지 규정도 있다. 지난해 7월 노웅래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어웨어·동물자유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규정상 형식적인 등록 요건만 충족하면 동물원 등록증을 발급할 수 있다. 운영과 관리 실태를 정기적·전문적으로 점검·조사할 의무는 없어 동물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 미달의 시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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