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르네상스 건축과 예술의 요람… 고성의 도시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관련이슈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입력 : 2022-04-16 08:00:00 수정 : 2022-04-15 18:21: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⑥ 뚜르
루아르강 주변에 크고 작은 성들
왕·예술인들 주거지로 많이 이용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화려한 건축·정원 예술적 열망 담겨
뚜르 중심 시청사 주변 거리 풍경. 뚜르는 프랑스 발드루아르 지역의 중심도시로 파리 남서쪽 230km, 루아르강과 셰르강 사이에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상이 시작되기 전, ‘2019년! 르네상스 500주년’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상트르발드루아르(Centre-Val de Loire) 지역은 2019년 특별한 해를 맞이했다. 이 지역 주요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상을 떠나고, 카트린 드메디치가 탄생하고, 샹보르성의 초석이 놓인 지 500년이 되는 해다. 여행을 미루다 2019년을 보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2020년과 2021년을 흘려보내고 이제서야 뒤늦게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 예술과 건축의 요람으로 알려진 이곳을 방문하려 한다. 루아르강가 성들을 배경으로 어떤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졌을까. 궁금증을 안고 투르(Tours)로 향한다.

그 시대의 삶은 어땠을까. 발드루아르 성에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지역에서 자신의 발명품 중 가장 난해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왕들은 이곳을 프랑스식 르네상스를 발전시키는 터로 삼았단다. 루아르강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성들은 그 시대의 예술적 열망을 품고 존재한다고 한다. 화려한 역사는 성뿐만이 아니라 정원 곳곳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니 그 모습이 궁금하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택시를 부른다. 짐을 싣고 렌트카를 픽업하기 위해 파리 방돔 광장에 위치한 렌트카 회사로 향한다. 먼저 도착한 스페인 여행객들이 있다. 직원이 보이지 않아 그들에서 조심스레 묻는다. 차를 픽업하러 갔으니 기다리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그들도 30여 분째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인다. 예상시간보다 늦게 차를 인수받고 목적지인 투르 호텔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다. 남쪽으로 230㎞, 2시간 30분 거리이다. TGV로 갈 수도 있지만, 창밖 풍경을 즐기기 위해 자동차로 이동하려 한다.

파리 외곽을 벗어날 때 즈음 라발레 빌라주(La Vallee Village) 이정표가 보였다. 갑작스레 들러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이 대형 명품 아웃렛 쇼핑몰엔 의류들부터 소품까지 70여개 명품 매장들이 모여있다고 한다. 할인율도 매력적이지만 1월 겨울 세일이 겹치니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유럽 아웃렛 방문 경험이 없어 좋은 기회일 거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차량으로 가득 찬 주차장과 혼잡스런 교통체증을 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힘겹게 주차를 마치고 밀리는 인파 틈에 실려 매장을 둘러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벗어난다. 모두들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거리두기는 잊은 듯하다. 매장 내 인원 제한이 코로나19 시기임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뚜르역. 파리를 출발한 TGV는 뚜르를 거쳐 보르도로 향한다.
나쇼날 거리. 루아르강 연안 고성들은 역대 프랑스 왕들, 예술인, 유명인사들의 주거지로 많이 이용됐다. 이 지방은 가장 방대하게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목적지인 투르는 프랑스 발드루아르 지역의 중심도시로 파리 남서쪽 230㎞, 루아르강과 셰르강 사이에 있다. 파리를 출발한 TGV는 투르를 거쳐 보르도로 향한다. 루아르강 주변 고성들을 순례하기 위해서는 이곳, 투르에 머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 성들은 역대 프랑스 왕들, 예술인, 유명인사들의 주거지로 많이 이용됐다. 이 지방은 가장 방대하게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살아 숨 쉬는 문화재인 르네상스 양식의 고성들, 중세 요새, 공원과 정원이 규모를 자랑하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플뤼므로 광장
호텔 풍경. 성을 개조한 호텔이다. 루아르강 주변 고성들을 순례하기 위해서는 뚜르에 머무는것도 좋은 선택이다.

차는 루아르강 주변을 따라 투르로 들어선다. 시청사를 지나쳐 길옆으로 차를 세운다. 중심 거리를 따라 한적한 도심을 걷는다. 나쇼날 거리(Rue Nationale)를 지나 구시가지까지 조용한 도심이 낯선 관광객을 반겨준다. 플뤼므로 광장(Place Plumereau)을 걸으니 파리에서 느끼지 못하는 프랑스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도심을 돌아본 후 늦은 저녁이 돼서야 체크인을 한다. 성을 개조한 호텔이다. 차려진 저녁식사를 즐기며 발드루아르 미식의 세계를 경험한다. 이 지역 별미는 셀 수 없을 정도라지만 전식 메뉴부터 디저트까지 어울리는 와인과 함께하니 즐거운 식사이다. 오는 길에 지나친 오를레앙(Orleans) 남부, 상세르(Sancerre)의 포도향이 식탁 위에 퍼진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