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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빛과 그림자 애절한 비극으로 담다

입력 : 2022-04-03 21:55:22 수정 : 2022-04-03 21: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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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라인업으로 돌아온 ‘지킬 앤 하이드’

2004년 국내 초연… 누적관객 150만명
2년 만에 아홉 번째 시즌으로 다시 컴백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도 최고

2021년 1차 공연 뒤 2월에 2차 배우 교체
첫 합류한 카이, 선과 악 이중성 열연
배우들 호흡 척척… ‘명불허전’ 입증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다음 달 8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내가 본 ‘지킬 앤 하이드’ 중 (한국) 오디컴퍼니 공연이 최고의 버전이다. 연출, 무대, 조명, 의상, 음향 등 (공연의) 모든 요소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프로덕션이다.”

1886년 영국에서 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ed)’을 유명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와 함께 각색해 뮤지컬로 만든 스티브 쿠덴의 평가다. 1997년 첫선을 보인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곳에서 공연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 한국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 최고라고 극찬한 것이다.

과장이 아닌 게, 오디컴퍼니가 ‘논 레플리카(Non-Replica·오리지널 대본과 음악의 각색·번안·캐릭터 수정 가능)’ 제작 방식으로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지킬 앤 하이드는 높은 완성도에 힘입어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공연 1500회, 평균 객석 점유율 95%, 누적 관객 수 150만명을 자랑한다.

2년 만에 아홉 번째 시즌으로 찾아온 지킬 앤 하이드 역시 명불허전임을 입증하며 인간의 양면성을 애절한 비극으로 빚는다. 처음 티켓을 끊은 관객이든 반복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이든 감동과 환호, 박수에 인색하지 않게 한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과 압도적 스케일의 지킬 실험실 등 무대 연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뮤지컬 배우라면 꼭 서 보고 싶어 한다는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열연과 프랭크 와일드혼이 빚어낸 주옥같은 음악(넘버)의 힘이다.

이번 지킬 앤 하이드는 보기 드문 장기 공연이다. 지난해 10월19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1차 라인업 배우들로 약 7개월 일정의 공연 반환점을 돈 뒤 재정비를 마치고 2차 라인업 배우들이 지난 2월26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선량하고 존경받을 만한 인품에다 ‘인간 내면의 사악함을 찾아내 따로 분리한다면 이 세상의 악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지킬’ 박사와 광기 어린 모습으로 폭력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하이드’까지 극단적인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지킬/하이드’ 역에 박은태와 전동석이 다시 돌아왔고, 카이가 처음 합류했다. 공연 시간 170분 내내 극을 이끌다시피 하며 상반된 두 인물을 넘나드는 연기에다 고난도 노래를 불러야 하는 등 극한의 감정과 체력 소모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세 배우 모두 섬세한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 속도감 있는 전개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을 앞세워 거뜬히 소화해낸다.

지킬과 하이드 1인 2역을 맡은 카이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오디컴퍼니 제공

특히 2008년 데뷔 이후 14년 만에 지킬 앤 하이드 타이틀 롤을 맡은 카이는 ‘처음 참여한 것 맞아? 왜 이제야 참여했지?’라는 의문이 들 만큼 지킬과 하이드를 완벽하게 연기하면서 한 인간의 본성에 자리한 선과 악의 이중성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직전 공연인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선과 악이 대립한 1인 2역을 해낸 게 도움이 됐을 듯하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조차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나 4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지킬과 하이드를 20여 차례 오가며 불러야 하는 ‘대결(The Confrontation)’ 등 지킬 앤 하이드의 여러 명곡을 성악 전공자답게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불러 관객 귀를 즐겁게 한다. 전작 ‘몬테크리스토’와 ‘엑스칼리버’ 등에서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을 돋보이게 전달했던 카이답다. 이미 여러 대작 뮤지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카이에게 지킬 앤 하이드는 새로운 대표작이 될 법하다.

다른 주·조연 배우와 앙상블의 연기와 노래도 흠잡을 데가 딱히 없을 만큼 탁월하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런던 클럽 무용수로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지킬을 사랑하게 되지만 하이드에게 시달리다 끝내 살해당하는 ‘루시’ 역은 기존 시즌에 참여했던 선민과 해나, 새로 발탁된 정유지가 맡고 있다. 지킬의 약혼녀로 어떤 상황에서도 지킬을 믿어주고 위로하며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엠마’ 역은 계속해서 조정은과 최수진이 맡고 이지혜가 7년 만에 합류했다. 지킬이 일하는 성 주드 병원의 이사진이자 엠마의 아버지인 ‘댄버스 경’ 역은 김봉환이, 변호사이자 지킬을 항상 염려하고 걱정하는 친구 ‘어터슨’ 역은 윤영석이 연기한다.

카이와 정유지 등 일부를 뺀 대부분 배우가 그전 시즌에 참여했거나 손발을 맞춰본 적이 있어서인지 서로 호흡도 잘 맞는다. 여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감동과 전율을 배가시킨다.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지킬의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각각 엠마와 루시가 부르는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 등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격정적인 멜로디 라인은 관객이 작품 속 캐릭터에 더욱 깊이 몰입하도록 하면서 진한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다음 달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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