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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산부인과·어린이병원까지 무차별 공습… 참혹한 마리우폴

입력 : 2022-03-10 18:45:49 수정 : 2022-03-11 01: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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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 14일째… 민간인 피해 속출

러시아군에 포위된 전략적 요충지
수도·전기 끊겨 주민 수십만명 고립
주민들 “물 없어 눈 끓여 마시며 버텨”
美 의회, 136억弗 우크라 지원 결정
양국 외무수장 첫 회의 성과없이 종료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기차역에서 서부행 열차에 탄 아이들이 창밖 모습이 궁금한듯 나란히 서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는 220만명을 넘어섰다. 크라마토르스크=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4일째인 9일(현지시간) 교전 지역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0일에는 양국 외무 수장 간 회담이 개전 이후 처음 열렸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세르히 오를로우 마리우폴 부시장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최소 주민 1170명이 숨졌고, 그중 47명의 시신을 집단 매장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날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민간인 사망자 516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9일째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도네츠크주 최남단의 항구도시로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 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향한 공습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날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어린이병원이 공격을 받아 17명이 다치고, 6살 여자아이를 포함해 3명이 사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대해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잔해에 깔렸다. 잔혹하다”고 러시아군을 비난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병원 앞에 러시아군 포격으로 생긴 거대한 구덩이 주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과 응급요원들이 현장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마리우폴=AP연합뉴스

마리우폴 주민 50만명 중 미처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수도와 전기가 끊겨 고립돼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왓츠앱으로 상황을 알린 마리나 레빈추크(28)는 “물이 없어 눈을 모아 끓여 마시고 있다”며 “주민들은 음식과 물을 나누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체들이 거리에 널려있다”며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의료체계도 붕괴 직전이다. 지지통신은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온 민간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의약품 공급이 막혔고 병원은 기능하고 있지 않다”며 “의료체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까지 의료시설, 구급차 등에 대한 18건의 공격이 확인됐다. 의료종사자 10명은 사망, 16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생물 및 화학무기를 개발한다고 러시아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가짜 깃발 작전’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의 공격 빌미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박살이 난 가운데 의료진이 병실에서 집기를 옮기고 있다. 마리우폴=AP연합뉴스

미 의회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136억달러(약 16조7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미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합의한 것으로 지원안은 오는 9월까지 정부 재정에 사용될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에 포함돼, 11일까지 상원을 통과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0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열었다. 양국이 휴전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세 차례 열었지만, 장관급 고위 회담은 처음 열린 것이다.

 

첫 고위급 회담이라는 기대에도 이날 회담은 빈손으로 끝났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마리우폴의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에 관해 러시아는 약속하지 않았으며, 24시간 임시 휴전에 대해서도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원자력·가스 시설에서 떠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휴전 협상’이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않았다고 밝혔다.


이지민·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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